since.2000.09.07


요근래 마비노기의 랙이 심해지면서(…) 드디어 슬슬 플레이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결국 자의가 아닌 타의로..-_-). 대나무숲이 말하길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늦게 올 줄은 몰랐다’고 하네요.( ”)

그리하여 낮시간이 좀 한가해지고 하여 일본어 공부 겸 애니메이션을 하나씩 보면서 직접 자막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실은 옆에서 쪼았습니다).
대나무숲 같은 경우는 일본에 와서 어학연수를 한 것도 아니고 전공도 아니면서 독학으로 시작해서 자막으로 실력을 키워 일본에 와서 일본인과 대화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일단 이 학습법의 산 증인이 권하는 이상 솔깃할 수밖에 없지요.
굳이 일본까지 와서 왜 집에서 공부하느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일단 요근래 바깥에 나가 부딪혀본 경험으로는 무엇보다 부족한 게 단어였기 때문에 일단 이 학습법이 제법 괜찮습디다. -_-;(차라리 회화 같은 경우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뭘로 해볼까… 하고 생각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이 우테나더군요.
엄청나게 좋아하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니 제대로 본 건 앞쪽 1기 정도였고(그것도 자막 없이) 그 뒤로는 프레젠테이션 파일로 읽은지라 결국 제대로 본 것도 아닌 것같아 잘됐다 싶어 렌탈샵에서 dvd를 빌려다가 시작했습니다.

1997년도 작품이라고 하니 벌써 9년이 되어가는 작품인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화면이나 선명한 감독 특유의 색이(이 감독 특유라는 것도 좀 무섭지만) 멋지네요. 다 보고 나면 한번쯤 정리해서 감상을 올려봐야겠습니다. ^^

사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우테나를 좋아했던 건 스타일리쉬의 정점이었던 일러스트들 때문도 있었지만 도입부에 나오는 이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네요. 물론 검으로 싸우는 듀얼리스트라든지 장미의 신부, 신기루의 성 같이 요즘 애니들에서는 보기 힘든 설정들도 매력이었긴 합니다만..^^

옛날 옛적 어느 한 왕국에 부모님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진 어린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그런 공주님 앞에 백마를 타고 여행 중이던 왕자님이 나타났습니다
늠름한 모습, 다정한 미소
왕자님은 장미향기로 공주님을 감싼 채
가만히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혼자서 깊은 슬픔을 견디는 작은 그대
그 강함, 고귀함을 부디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마시오
오늘의 추억으로 이것을…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이 반지가 그대를 내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줄 것이오
왕자님이 준 반지는 역시 약혼 반지였을까요
공주님은 왕자님을 동경한 나머지 자신도 왕자님이 될 결심을 해버렸습니다

이 우테나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이야기거리가 많은지라 역시 감회가 남다르네요.
지금의 대나무숲을 처음 안 게 하이텔 동호회에서 본 애니메이션의 한획 시리즈였고(본인은 세상에 현존하는 이 파일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다고 합니다만…) 그 파일에 붙어있던 홈페이지 주소에서 건너건너 갔던 게 인터루드. 그리고 그 후에 일 때문에 제가 먼저 컨택을 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니 나름 각별하지요. ^^;

그나저나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은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요. -_-;

26 responses

  1. 당신의 대나무숲과 그런 인연으로 만난 거였구나. 웅. 끄떡끄덕…

    회화에서 중요한 건, 나를 아는 사람이 옆에 없이 외국인과 있는 것!
    쟈, 다음엔 대나무숲을 방에 가두고 조카의 여친만 불러서 대화해봐^^

    1. 리츠코

      맞아, 정말 아는 사람 앞에서 잘 하지도 못하는 외국어 쓰기 너무 싫어. -.ㅜ(게다가 옆 사람이 더 잘하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음)

      다음번에는 대나무숲을 문간방에 가둬버리고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

  2. 저런 깊은(!!)사연이 있었다니..(중매혁명 우테나..라고 불러야 하려나요..)

    1. 리츠코

      절대중매묵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