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를 읽다가 자폐인 사람이 쓴 책이 있다길래 검색해보니 근처 도서관에 비치되어있어 빌렸던 책.

읽기는 올해 9월쯤에 읽었고 뭐라 딱히 감상을 남길 게 떠오르지 않아 그냥 넘어갔었는데 가끔 한번씩 생각나서 늦은 정리.

저자인 템플 그랜딘은 보스턴 출신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미국에서 사용되는 가축 시설의 3분의 1이 그녀가 설계한 것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유능한 가축시설 설계자인데 특기할 사항이라면 그녀가 2살 때 자폐증을 진단받았고 당시 의사는 평생 말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었다고. 성인이 된 후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말은 이제 안 쓴다고는 하지만)으로 진단받았다.

템플 그랜딘은 세계를 언어보다 영상에 의해 인지하는 비언어적 지능이 뛰어난 자폐성장애 당사자이다. 그녀는 언어에 의하지 않고 세계를 인지하기 때문에 동물의 세계관이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템플 그랜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이 사람이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직접 발명한 사방에서 적절히 압력이 가해지는 관(棺)처럼 생긴 침대에서 잠드는 것을 본 작가의 엄마가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는데, 키우는 내내 안기는 것을 거부했던 아이가 관짝 같은 기계에서 안정감을 찾았다면 그 순간에는 정말 슬플 것 같았다.(우영우에서 ‘내가 대신 꽉 안아줄게요’ 하는 건 판타지인 게지…)

작가는 자신의 세계에 대해 굉장히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읽고 있는 나는 어느 정도는 따라가겠지만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너무나 분명했고, 자폐인 사람이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자신이 받았던 치료법들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었는지, 자신이 세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걸 읽는 건 좀 기이한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이 책은 도움일지, 희망고문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뒤숭숭해졌는데 그래서 읽고 난 후에 별다르게 글을 안 남겼던 것 같고, 그랬더니 계속 머리에 붙어 한번씩 떠오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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