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애니메이션이 막 개봉했을 때 즈음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먼저 샀었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동화책’이라고 생각하고 펼쳐들었다가 엔딩에 가서는 뒤통수 한대 맞은 기분으로 목이 메어서 린양에게 마저 다 읽어주기가 어려웠더랬다. 그 뒤로 이 책은 거의 봉인(?) 상태. 린양이 직접 읽을 때는 있어도 나는 그 뒤로 읽어준 게 몇번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낮에 우연히 TV에서 해주는 애니메이션판을 보면서 다시 가슴이 먹먹… 
개인적으로는 책에서의 잎싹의 마지막 대사가 애니에서의 족제비의 눈물보다 더 찡하게 울렸다. 아마 책을 볼 때는 결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더 크게 인상에 남았을지도. 
이 작품의 엔딩은 우리나라니까 나올 수 있는 정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는 이 이야기에 대한 감상.

그리고 지금부터는 애니에 대한 이야기. 
잎싹이 파수꾼 경기를 펼치는 장면도 멋졌고 달수라는 캐릭터가 간간히 웃겨주기도 하는, 정말 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다. 

문제는 더빙…;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이 연예인을 성우로 쓰지 않으면 홍보나 마케팅에 포인트를 주기가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정말 쇼킹한 더빙이었다. 

일반 연기와 성우 연기는 생각보다 갭이 큰데,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고민해서 고른 건 알겠지만 더빙에 있어서는 정말 10점 만점에 5점 주기도 망설여졌다. 특히 잎싹 연기의 문소리는 내 인생 최악의 더빙인 헤라클레스의 메가엘라 역의 이승연 연기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80%를 잎싹과 초록이가 메꿔나가는데 이 두 역할 연기가 그 모양이면 대체 어쩔…;; 
그나마 애니 자체 캐릭터인 달수 연기를 한 박철민만이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이쪽도 사실 박철민이 달수를 연기한다기보다는 달수가 박철민처럼 보여서 약간 애매하기도…  
책보다 애니메이션이 감동이 덜하다고 느낀 건 어쩌면 보는 내내 몰입할 수 없는 연기가 큰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_-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다시 생각한 건 그래도 잎싹은 참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과감히 마당을 벗어나 보통의 암탉이 누릴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그리고 마지막마저 자신이 결정할 수 있었으니 사실 배드 엔딩이라기보다는 해피 엔딩 쪽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엄마로서 읽는 이 마지막은 항상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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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misha

    초등 교과서에 실려있다던데 적어도 중학생은 되어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눈물 펑펑 쏟고 나서 봉인해뒀습니다; 기린이한텐 애니메이션 장면 엮어 나온 책으로 사줬는데 아직 내용이 슬프다, 이런 느낌은 없는지 자주 읽어달라고 해요. 저만 읽어주다가 목이 멜 뿐; ㅠ_ㅠ

    1. Ritz

      아무래도 애들용 동화는 아닌 거 같아요. -_- 린양도 보면서 별 감흥 없거든요. 어제 애니 보면서도 달수 나올 때마다 재미있다고 웃고…; 저는 그냥 어디 구석에 꽂아놨더니 린양이 거의 안 가져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