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넷플릭스가 돈을 때려부어 퀄리티에 상관없이 작품 수를 늘리고 있는 동안 애플 티비는 그 돈으로 작품의 퀄리티에 신경쓰는 방향으로 가기로 한 것 같은데(뱅상 카셀과 에바 그린으로 드라마를 찍을 생각을 하다니. 주로 영화배우를 드라마로 끌고오는 듯), 그래서인지 애플 티비 라인업이 가짓수는 앙상한 데에 비해 작품의 타율은 꽤 괜찮은 편.
서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과연 마지막에 남는 건 어느 쪽일지 좀 궁금하다.

이 ‘샤퍼’는 어제 타임라인에서 추천 글이 있어서 틀었는데 도입부는 말랑한 로맨스물인가 싶더니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이어져서 단숨에 다 봐버렸다. 이 영화는 반드시 장르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작품.
요근래 본 영화 중에 스토리 라인이 가장 매끈했다.

이야기는 톰, 맥스, 매들린, 샌드라, 이렇게 네 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로맨스물로 시작해서 사기극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맨스물로 돌아오며 끝나는 게 마음에 들었다.(처음에 톰이 뒤통수 맞을 때 나도 어찌나 얼얼하던지)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이대로 끝나면 결말이 좀 씁쓸한데’ 싶었던 걸 보면 나는 그래도 아직은 악인에게 그럴듯한 서사를 주는 엔딩보다는 ‘보통의 사람에게 혹독하지 않은’ 결말이 더 좋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