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자주 있는 일이지만, 왓챠에는 ‘이게 왜 있지?’ 하는 작품들이 걸린다.

뭣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발견한 비비안 마이어 다큐멘터리.

이미 책으로 꽤 자세히 읽은 뒤라 그 책에 나왔던 사람들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는 게 오히려 좀 신기했다.

그녀의 삶에 대한 감상은 이미 책을 읽으면서 남겼고 이 다큐를 보면서 생각한 건 과연 그녀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이, 자신의 일생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했을까?

사진에 대해서라면 본인이 사진관에 컨택해서 엽서를 기획하기도 했던 시도가 있었으니 지금에 와서 공개되는 게 그렇게 문제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평생 자신의 이름조차 남에게 제대로 알리기 싫어했던 사람의 일생이 사후에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고 평가받는 건 왠지 옳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앤디 워홀의 다큐에서 그가 평생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정확히 언급하기를 꺼렸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6부작 내내 ‘그가 남자와 잤을까 안 잤을까’ 멘트를 넣는 제작진이 징글징글했는데 책과 다르게 이 다큐도 약간은 그런 느낌이었다.

호더에 가까웠던 그녀에 대해 생전에 알던 사람들의 증언들이 과연 그녀가 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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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디멘티토

    전 이 다큐를 먼저 접하고 나중에 가서 책을 읽었는데 처음 볼 때는 이런 사진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웠지만 말씀대로 과연 그녀가 원했을까를 생각하면 사소한 것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녀의 삶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몇몇 사진들만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이런거 보면 역시 사생활이 담긴 기록은 죽기 전에 태워버려야 함을 깨닫곤 합니다. 주변 인물의 불확실한 증언으로 왜곡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요.

    1. Ritz

      저도 저 카메라가 너무 매력있더라고요. 마치 인스타그램을 위한 것 같은 가로세로 비율!

      책을 읽을 때는 여러 미사여구 때문에 크게 못 느꼈는데 다큐는 인터뷰니까 들으면서 왠지 불편하더라고요. 비비안 마이어는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그 곁에 있어준 사람은 없고 그러면서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이런 사람이었다’고 말만 하는 거잖아요. 당사자는 그게 틀렸는지 맞았는지 크로스체크해줄 수도 없고요.

      근데 다큐로 보니 아무래도 호더였던 것 같긴 해요;;; 아마 본인이 아무것도 못 태웠을 거예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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