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다 못 읽고 반납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각 잡고 앉으니 속도가 붙어서 완독.

이미 입시 때 접했던 작품들도 여럿이었지만 처음 듣는 작품들도 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고전들을 소재로 이야기 속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신화 속 영웅과 다르게 겪는 고난과 그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들의 한계와 같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잘 모르는 작품들도 내용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어서 이야기책 보듯 책장도 가볍게 잘 넘어갔다.

마지막에 다룬 ‘방한림전’도 내용을 처음 알았는데 마치 현대의 누군가가 과거로 가서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발상이 현대적이라 인상적이었고.

현실에서 가족이니까, 며느리니까, 아내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결혼한 여성들이 겪는 상황은, 민사린이 겪은 것보다 더 집요하고 지독하며,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하물며 과거 옛 여성들의 시집살이는 문자 그대로 수난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기록은 남성 사대부의 것이었기에 여성들의 수난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지만, 그 현실의 모습은 더러는 사실적이고 비극적으로, 더러는 해학적으로, 옛 여성들이 일하며 부르던 부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우리 집 시어머니 염치도 좋네
저 잘난 걸 낳아놓고 날 데려왔네
델러나 왔으면 볶지나 말지
요리 볶고 조리 볶고 콩 볶듯 하네.


전라북도 무주의 시집살이 노래는 잘난 것 하나 없는 못난 남편과 자신을 달달볶는 시어머니에 대한 한탄을 짧고 간결하게, 그러나 누구라도 그 한탄에 낄낄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p.164

그리고.
수많은 고전 작품들을 접했는데 저 부요(婦謠)가 너무 강렬해서(저 잘난 걸 낳아놓고 라니😂) 책 덮고 나니 나머지 이야기들이 흐릿해졌다. ( ”)

어쨌거나.
오늘 신간도서 신청한 것 찾아가라는 알림만 세 개가 왔고 그 말인즉슨 저걸 반납하러 가면 읽어야 할 책이 세 권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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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WG

    저 잘난 걸 낳아놓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 너무 너무네욬ㅋㅋㅋㅋㅋ

    1. Ritz

      정말… 너무나 촌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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