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언뜻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성 과학자들을 발굴해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해서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막상 받아 읽다보니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인류의 발전 방향에 대한 거시적인 이의 제기에 가까웠고 나만 읽고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린양에게도 읽히고 싶어 결국 내가 새로 구매했다.

인류의 기술 발전 역사에서 여성과 여성성의 편견과 차별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나갔는지를 유쾌한 필체로 풀어낸다.

지금 돌아보면 명백히 괴상한 일이다. ‘진정한 남자는 가방을 직접 든다’라는 무척이나 자의적인 개념이 이제는 누가 봐도 명백한 혁신을 방해할 만큼 강력했다니? 남성성에 관한 지배적 견해가 돈을 벌겠다는 시장의 욕망보다 더 완강한 것으로 드러나다니? 남자는 무거운 짐을 들 수 있어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 때문에 전 세계 산업을 뒤집을 상품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다니?
바로 이 질문들이 이 책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공교롭게도, 세상은 특정 남성성 개념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p.34~35

이 책은 ‘왜 여행 가방에 바퀴가 달리기까지 5천년이 걸렸는가’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려면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거나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며 자신과 자연을 분리하는 태도를 버리고 나와 자연을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근래에 매우 사적인 순간들을 공유하는 것은 하나의 사업 전략이 되었다. 비결은 결함 없는 겉모습을 취약한 내면과 결합해, 그 결함 없는 겉모습이 외부적인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광고하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그 겉모습을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p.189

미래에 발생할 경제 문제는 어쩌면 여자아이들이 코딩을 배우라고 격려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남자아이들이 타인을 돌보라고 격려받지 못한 것이 아닐까?

p.288

우리는 로봇 같은 업무에서 해방될 것이고, 그 대신 타인과의 교류에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문 지식과 결합한 인간성은 노동 시장에서 갈수록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고, 더 많은 직업에서 ‘소프트’ 스킬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p.294

(중략)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쓸모없는 계층’ 수십억 명이 꼭 실업자 패거리가 되어 거리를 배회하며 엘리트들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훔치고 파손해야 할 필요는 없다. 결국 그런 세상에 살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기술이 불러온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내린 선택의 결과다.

p.299

작가가 책 뒤로 갈수록 강조하는 건 기계와 AI가 발전하면서 바뀌어갈 세상이 디스토피아일지 인간이 살기 좋은 세상일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는 젠더의 편견을 지우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모두가 행복한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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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이수인

    추천 감사합니다. 넘무 재미있어 보여 저도 주문..

    1. Ritz

      내용이 무거운데도 읽는 내내 유쾌한 책이었어요. ^^ 내 딸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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