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블라이 저택의 유령>, <힐 하우스의 유령>의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돈이면 다 된다? 8조 내고 면죄부 받은 美 새클러 가문

이 기사를 읽으면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의 주인공을 보면서 누구나가 한 사람을 떠올렸듯이) 감독이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저격했는지─혹은 저주했는지 알 것 같고, 정확한 조준점을 가진 이야기는 에드거 앨런 포의 세계 안에서 탄탄하게 흘러간다.
초반부는 좀 어수선한데 4화 넘어가면서부터는 속도감이 엄청나서 천천히 하나씩 보려던 계획은 잊고 뒤쪽은 한번에 정신없이 달렸다.

로더릭과 매들린 어셔 남매는 포추나토 제약사를 부와 특권, 권력의 제국으로 성장시키지만 어셔 가문의 상속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비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감독이 감독이니만큼 꽤 고어하고 보는 동안 갑자기 깜짝깜짝 놀래키는 타이밍이 많음.

Life is insane.

포의 작품이 풍기는 특유의 광기는 21세기를 배경으로도 펄떡이며 숨을 쉬고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난데없이 싯구를 읊조려도 어색하지 않고 다 보고 나니 오히려 포의 작품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꽤 오래 전이라 원작들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어지는 어셔 가의 몰락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독이 저런 초자연의 힘을 빌지 않는 한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이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하는 사람, 에드거 엘런 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기면서 볼 만한, 정말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저 유령 시리즈는 한두편 보다 말았는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Annabel Lee, Edgar Allan Poe
보면서 내내 누구더라 했는데 마크 해밀이었다. -_-;

2 responses

  1. 디멘티토

    전 좀 보다가 말았는데 이어서 봐야겠네요. 저번에 본 베니스의 유령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말씀대로 에드거 앨런 포의 광기에 찬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더라고요. 요즘 순수하게 창작한 작품보다 고전을 재해석하거나 리메이크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은데, 한편으로는 아이디어 고갈 시대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전을 재해석해 새로운 느낌으로 만드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1. Ritz

      초반이 좀 쓸데없이 야하고 그렇더라고요. -_-;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어요.
      근래 본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 중에는 이 드라마가 제일이었어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하고 에드거 앨런 포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작품도 잘 나왔지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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