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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에 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편이 올라왔길래 틀었는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시작이 늘 그렇듯 무슨 이유로는 쫓기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그게 젊은 시절 인디아나 존스인데 요즘 기술이 좋아서 화면에 보이는 인디아나 존스는 젊은데 저걸 연기했을 배우는 노인이었을 걸 생각하니 그야말로 노인 학대를 멈추어줘, 라는 마음부터 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보다 잠시 멈추고 메뉴 화면으로 빠져나왔더니 나란히 뜨는 다큐멘터리가 보였는데 마침 추천하는 분도 계셔서 보기 시작.

비슷한 시기에 한 솔로와 인디아나 존스라는 압도적인 인기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 낸 드문 배우라고 할 수 있는 해리슨 포드에 대해 꽤 많은 걸 알 수 있었고 다큐를 볼수록 매력있는 사람이었다.

배우가 되기 전 직업이 목수였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는데, 안정적인 수입 안에서 자신이 봤을 때 괜찮은 작품만 골라서 하기 위해 꽤 오래 그 직업을 유지했었고 그래서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로 인기가 터졌을 때 나이가 의외로 있는 편이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인디아나 존스라는 시리즈에 대한 애정, 해리슨 포드라는 배우에 대한 존경이 담긴 다큐여서 보는 내내 아련해졌다.

다시 봐도 새삼 아름다운 리버 피닉스. 🥲 살아있었더라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혹시 이어질 수 있었을까.

지금은 세상에 없는 배우들-리버 피닉스나 숀 코넬리 같은-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지고.

무엇보다 키 호이 콴과 <미궁의 사원> 찍을 당시의 비하인드 컷들, 현재의 인터뷰들이 꽤 많이 등장했는데 작년에 <에에올>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다큐에서 키 호이 콴에게 이렇게까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작년의 그의 성공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질 정도.

마지막편 여주인공의 인터뷰 내용 중에, 해리슨 포드가 인디애나 존스 옷을 입은 첫 촬영에서 해리슨 포드 뒤따라 뛰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어 지적을 받았다는데 그 마음 알 것 같았다. <그> 인디애나 존스의 뒤를 따라가는 여주인공이 된 기분은 어떨까.

다큐를 먼저 보고 나니 마지막편이 궁금해지고 한편으로는 다 보고 나서 오랜 친구를 보내는 마냥 좀 서운할 것 같다. 머리 굵어지고 나서야 “고고학자인지, 도굴꾼인지”라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며 신나고 설레었던 시간은 바뀌지 않으니까.

Timeless Heroes: Indiana Jones and Harrison Ford (2023) on IMDb

4 responses

  1. 저는 인디아나 존스의 시작인〈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만 극장에서 봤고, 나머지는 모두 방구석에서 뒹글거리며 봤습니다. 올해 개봉한 시리즈는 보다가 말았습니다. 재밌게 보던 꿈돌이가 지루한 꼰대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청춘의 꿈을 잃어버리지 말고 움켜쥡시다, 동지!

    1. Ritsko

      그러고보니 저는 극장에서 본 건 4편 하나밖에 없네요. 대부분 명절날 많이 틀어주지 않았던가요. ㅋㅋ
      제가 최근작을 아직까지 다 못 본 게 저도 꼰대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어요. ( ”)
      초반부 보는데 나이 든 인디도 젊은 인디도 어째 예전만큼 멋있지 않더라고요. ㅠ.ㅠ 주변에서 인디애나 존스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같은 작품이라는 평을 봤었는데 제가 그 정도로 팬은 아니었나봐요.

  2. 3탄을 봤을 때 제목은 최후의 성배 였었는데, 어느샌가 웹에선 전부 제목이 성전 으로 바뀌어 있어요. 제가 그 때 성배가 뭔지 궁금해서 사전도 찾아봤거든요?! 꽤 크고 나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89년도 영화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엄청 세련된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에 관련된 저의 착각이 또 있는데 감상문을 쓴다고 하면서 차일 피일 미룬게 벌써 며칠째인지 ㅠㅠ

    1. Ritsko

      엇,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성배였던 것 같아요. 왜 도중에 성전으로 바뀌었을까요. 저도 성배가 뭔지 저 영화에서 처음 알았거든요.
      <최후의 성전>은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읽었더랬어요.(예전에는 저런 영화가 흥행하면 소설로도 나왔던 듯) 같은 반 친구한테 빌려와서 거실에 뒀더니 당시 보행기 타던 막내동생(…)이 침으로 범벅을 만들어놔서 그 친구한테 돈으로 물어주고 책을 가져왔는데 그뒤로도 수십 번을 더 읽어서 정작 영화 볼 때는 이미 다 본 영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최후의 성전> 하면 막내가 보행기 타던 시절이 먼저 생각나는데 저 영화가 막내랑 동갑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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