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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팝 시리즈 6

“굉장한데. 안 그래, 나기…?”
라고 그녀 쪽을 돌아본 켄타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기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단한데, 이건… ’.”
나기는 마치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속삭였다.
켄타로는 말을 잃은 채 그런 나기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기는 비틀비틀 걸어가 이윽고 벤치였던 듯한, 지금은 풀로 뒤덮인 물체 위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뭐라고 웅얼웅얼 속삭인다.

키리마 세이이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어주길 원하지만 정작 팔리는 건 그가 쓴 논문이나 에세이 류. 어쩌면 카도노 코우헤이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은 나이트 워치 류, 그러나 팔리는 건 부기팝. ^^;(뭐, 최근의 시즈루 씨 어쩌고 하는 작품도 일러스트를 봐서는 다분히 판매에 신경을 쓴 것 같지만)
이 작가의 매력은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에서 보여주었던 약간은 구닥다리지만 애틋한 ‘신파‘(VS 이미지네이터에서는 그게 좀 과했고)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자신의 매력이 ‘현학‘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새벽의 부기팝은, 4-5권까지 가면서 숨막힐 것 같았던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을 듯. 부기팝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프롤로그에서 말하지만 시종일관 나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은 좀 묘하다면 묘하다.
이것은, 1권에서부터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가 제목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나기가 주인공이군‘하고 납득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할지도.

개인적으로는 VS 이미지네이터에 나왔던 오리하타 아야의 모습도 볼 수 있는 ‘키리마 나기의 스타일‘과 딸을 보호하기 위해 멋지게 죽는 키리마 세이이치의 이야기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이 마음에 들었다. 책 전체를 뚫고 지나가는 피어 구울의 테마는 1권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싶고. 아직 7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딱 이 6권 쯤에서 시리즈가 마무리되었으면 좋았겠다 싶다(파는 입장에서야 잘 팔리는 책이 길면 좋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