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블루레이 발매 전에 잠깐 극장에 걸린다길래 보러갈까 어쩔까 하다가 콘서트 장면이랑 공중전을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서 예매.

중학교 즈음인가,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집 티비에서 NHK가 나오기 시작했다.(부산 아님) 당시 살던 아파트가 방송국 조합 아파트였는데 그래서였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방학 때 오전 10시 즈음에 그 채널을 틀면 대략 일주일 정도 애니메이션이 방영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방영 일정표 같은 것도 알 수 없으니 방학이 시작되면 비디오에 공테이프 넣어두고 녹화 준비를 마친 후 매일 그 시간에 틀어보면서 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우연히 본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이 <마크로스 플러스>.

일어는 하나도 모르는 채로 화면으로 대충 내용을 때려맞추며 봤는데 그럼에도 샤론 애플의 콘서트 장면이나 음악이 너무 좋았더랬다.

그 뒤로 제대로 찾아보려면 찾아볼 기회야 많았겠지만 어차피 좋아한 건 노래와 영상 정도라 가끔 영상 클립으로 찾아봤는데 n십년만에 이 작품 내용이 뭔지 제대로 알았다. 🤔

옆사람 말을 빌자면 내용은 어장 관리에 실패한 뮨과 두 남자….?
인공지능이 뮨 자신보다 더 명료하게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2040년 인류 최초의 이민 행성 에덴.
7년 전 소꿉친구 ‘뮨’을 두고 서로를 등지게 된 ‘이사무’와 ‘걸드’는 통합 우주군의 차세대 주력 가변전투기 선정 프로젝트를 통해 재회해 각각 YF-19와 YF-21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한편, ‘뮨’이 프로듀스한 버추얼 아이돌 ‘샤론 애플’은 완벽한 무대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마크로스 시티를 지배한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공지능 샤론 애플의 음모로 뮨은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에 처하고, 이사무와 걸드는 뮨을 구하기 위해 샤론 애플이 조종하는 최신예 무인 전투기에 맞서는데….

(극장판 자막은 ‘뮹’인데 글자가 너무 안 예쁘니 그냥 뮨으로 쓰자. -.ㅠ)

강남역 개봉관은 100명 남짓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였는데 그래서 한층 옛날옛적 상영회 느낌이었다. 대충 열명 좀 넘는 사람이 같이 본 것 같은데(그중 3명은 우리 일행) 평균 연령은 가뿐히 40대를 넘었을 듯.(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어려 보이긴 했다만)

사실 이 애니는 극 중 등장인물 중에는 멀쩡하게 이해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그야말로 ‘콘서트’와 ‘전투 장면’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2시간이 길었다.(옛날 애니 템포 정말 느림)

차라리 그냥 뮤직비디오처럼 중요한 장면 클립만 틀어줬어도 같은 돈 내고 가서 봤을 듯.

이 나이에 보고 있자니 다 큰 남자들이 온 도시를 박살내면서 고등학생처럼 싸우는 모습이 너무너무 한심해서 개그로도 안 보이더라. -.ㅠ

어쨌거나, 샤론 애플의 콘서트 장면을 제일 기대하고 갔는데 의외로 전투 장면이 너무 좋았다.
아날로그 느낌이 주는 날 것의 긴장감이 지금의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든 매력이라면 매력.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미있게 봤고 같이 보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 살고 있어서 기쁘다. 😀

이걸 큰 화면에서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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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responses

  1. misha

    히야 이 작품 비디오로 보면서 ‘이런 건 극장에서 봐야 하는데!’ 라고 중얼중얼댔던 기억 나네요(실제로 학교 동아리 상영회 때 단골작품이기도 했었음…)…어떻게 보면 이런 작품들을 동시대에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엄청난 축복인 듯 해요+_+

    1. Ritsko

      정말 대놓고 큰 화면에서 보라고 만든 작품이죠. 그래서 유튜브 같은 데서 클립으로 다시 보면서도 항상 아쉬웠는데 소원풀이 했어요. ^^
      저 작품 처음 볼 때의 기분을 생각하면, 그걸 그때에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2. 낙원의샘

    저도 콘서트장면땜에 극장에서 볼려고 했는데 정작 콘서트장면이 적다니 좀 실망이네요. 상영시간이 죄다 아침이나 낮이라 올해 휴가를 이미 다 쓴 K직장인은 웁니다 T.T

    1. Ritsko

      콘서트 장면 떄문에 갔는데 공중전이나 전투 장면이 예상했던 이상으로 멋있어서 나름 만족하면서 봤어요.: ) 근데 이야기 속도는 진짜 늘어지더란;;

  3. 야생사슴 ✝️‍♂️

    이건 뭐 언제나 봐도 감탄스러운 도그파이팅의 신화급 작화죠…

    1. Ritsko

      극장 화면으로 보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4. MAYO

    “차라리 그냥 뮤직비디오처럼 중요한 장면 클립만 틀어줬어도 같은 돈 내고 가서 봤을 듯.”
    이거에 200% 동감! 😀

    1. Ritsko

      다 보고 나서도 장면들은 좋았는데 내용은 별로 머리에 남는 게 없네요. ㅋㅋㅋ

  5. Inseong Yun

    의외로 콘서트 장면 적죠. OVA 1,2,3,4로 나눠진 걸로 보면 2에 콘서트 장면이 좀 있는 편인데, 저거 4개극 하나로 뭉뚱그린 극장판은 전투 위주로 짜져 있어서…
    사실 콘서트 장면 진짜 열심히 만든 건 마크로스F 쪽이긴 함다. 이쪽은 오히려 전투씬들이 그냥 덤.ㅋ

    1. Ritsko

      저는 처음 볼 때 콘서트 장면 임팩트가 너무 커서 전투 장면은 별로 기억에 안 남았었는데 이번에 보니 전투 장면이 멋졌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저는 이거 말고는 본 마크로스가 없습니다.

      1. Inseong Yun

        사실 마크로스플러스 전투장면은 작화 완전 쩝니다. 손으로 꾸역꾸역 그리던 시절의 훌륭한 유산.

        1. Ritsko

          그러게요. 지금 보니 그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건 요즘 애니에서는 오히려 보기 힘들겠죠?

          1. Inseong Yun

            요즘 애니메이터 한테 저거 하자고 하면, 아니 감독님 CG 냅두고 저한테 왜 그러세여? 저한테 무슨 감정 있으세여? 라고 할 듯 함다.

  6. Retro Of Alexkid #덕질정치☹️

    앗 저도 당시 살던 아파트가 방송국 조합 아파트였는데
    방송은 관리소에서 관리하는거 같구요 그래서였는지
    저도 부산 사는게 아닌데
    NHK볼수있었고 오전 10시에 하는거 보신건
    저도 본 경험상 아마도 방학 특집 OVA였을거같으신

    정규로 계속 만화 방영 하는건
    오후6시에 TV애니메이션 보여주더라구요
    근데 일본 국영 채널이다보니 6시 방영작중에
    가장 매니악한게 나디아 재방, 카드캡터 사쿠라였던거 같구요 이때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재방 본 기억 납니다

    1. Ritsko

      제 세대에는 나디아는 매니악하지 않아요. ㅠ.ㅠ 무려 공중파 방영작이었다고요. ㅠ.ㅠ
      그러고보니 나디아도 방영했었어요. 사쿠라도 저는 본방으로 봤었고요.
      그나저나 저랑 같은 아파트 사셨던 거 아닐까요.

      1. Retro Of Alexkid #덕질정치☹️

        그리고보니 나디아는 우리나라 공중파로도 방송한
        방영작이었네요ㅋㅋ

        글 읽으니 저도
        당시 아마 같은 아파트에 사셨던게 아닐까
        언뜻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ㅎㅎ

        1. Ritsko

          세상이 이렇게 좁아요.

          1. Retro Of Alexkid #덕질정치☹️

            공감합니다 ㅋㅋ

      2. Seri

        저도 초등학교 때 사쿠라 본방으로 봤어요! 케이블 설치된 집도 아니었는데 전 그냥 부산 살아서 가까우니까 나오는 줄 알았어요.

        1. Retro Of Alexkid #덕질정치☹️

          https://blog.naver.com/schan1205/150150023099
          그리고보니 과거 세리님 만화 보며 사쿠라 본방 보신거 만화 본 기억나네요 ㅎㅎ
          그때 카방클님이 대사 번역하셨던 기억도 같네요 ㅎㅎ 전 당시 그 번역 파일들 모았었는데요
          당시 쓰던 컴퓨터 처분하며 같이 날라갔네요..

        2. G.스케빈져

          저도 1994년 아파트내 케이블에서 (케이블 TV 시작 전이었던듯 합니다) NHK가 나와서 (당시 한국 방영을 보느라 잘 보진 않았지만) 스위트민트를 보았고, (당연히 매주 열심히 본) 사쿠라까지 이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

          1. G.스케빈져

            뭔가 아파트 내 케이블에 NHK 나오는게 유행이었던 거려나요..?

            1. Ritsko

              그러게요. 이런 건 정말 업계 분 아니면 모를 일이라 궁금해지긴 하네요. 🙂

            2. G.스케빈져

              그러게요.. 나름 국내 덕질사를 쓴다면 중요한 순간일 것 같은데 (?) 어찌 되었던 건지 궁금합니다 😀

            3. Hyth

              제 경우엔 NHK는 기억이 안나는데 중학교 다닐 무렵 살던(사실 지금도 본가라는게 함정) 아파트에서 뜬금없이(…) v채널인가 홍콩쪽 음악 방송이 나오던;;

            4. G.스케빈져

              뭔가 … 위치와 시기에 대한 증언을 모아보고 싶어지네요 (?)

            5. 장미의신부

              음…그게 케이블이라고 말은 했는데 요즘 케이블 방송이 아니라 지역 공청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거라 안테나로 잡아서 보는 시스템이었을거예요. 저흰 사택이라 중계 안테나라고 해야하나 그런걸 큰걸 두고 전체로 쏘는 스타일이었는데 고층 아파트 같은덴 동별로 따로 옥상에 설치하기도 했던듯? 여하튼 89년이었나 NHK 위성방송이 시작되면서 안테나 달면 한국에서도 잡혔던지라 이후론 제법 나왔던 기억이고요 WOWOW는 유료방송이라 쉽게 볼순없었던 기억이…

            6. 암자선생

              업계 비슷한 사람입니다.
              예전에 각 동네마다 자체 방송을 하던 유선방송사가 있던 시절이 있었어요. 보통 전자제품 팔고 수리하던 전파사가 했는데, 가게에 위성접시 달고 각 가정에 포설해 놓은 케이블(HFC)을 통해 신호를 보내줘서 가능했습니다. 아파트는 아예 아파트 공청망(지금도 벽 단자에 선 연결만 하면 몇몇 채널이 그냥 나오는) 위에 위성접시 달아 BS가 나오게 했어요. 이게 가능한 게 일본 전역을 커버하려면 한반도를 불가피하게 넣어야 해서. 일본 동서남북 끝을 이어 사각형을 만들면 한반도가 다 들어가요.

            7. Ritsko

              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 장미의신부

      90년대 넘어오면 케이블 같은데서도 NHK 틀어주는데가 많았어요. ^^ 안테나 달면 와우와우도 잡혔고…저희집에서도 나와서 방학때 내려가면 방학특선들 녹화하곤 했었네요. 의외로 신문 방송편성표에 NHK도 실려있긴했던듯…(쿨럭)

      1. Ritsko

        저희집은 그때 케이블 신청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공중파랑 저 NHK만 나와서 신기했어요.

        1. Retro Of Alexkid #덕질정치☹️

          아앗.. 저두 케이블 당시 안쓸때였는데 ..

        2. 장미의신부

          아파트 단지 같은데선 개별이 아니라 단체계약했던거 아닐까싶긴한데 잘은 모르겠네요. 저희도 따로 케이블 신청한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나오더라구요…

          1. G.스케빈져

            저도 아파트 내 케이블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

        3. 법으로 여러사람이 사는 단지에는 공청안테나를 달아서 TV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해줘야하는데, 아파트 등의 관리주체에 따라서 공청안테나 라인에 추가로 위성방송 수신할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다고 들었고… 또는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고 지역케이블 업체와 계약해 지상파 재전송하는 것을 연결해주면서 보너스(?)로 들어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1. 아, 찾아봤는데 지역케이블업체가 아니라 그보다 소규모로 TV등의 채널만 최대 20개까지 재전송해주는 중계유선방송이라는 게 있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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