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여행 다녀와서 쉬는 동안 딸내미가 뭘 열심히 보길래 물어보니 <비밀의 비밀>이라는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다고. 다 보고 나더니 꼭 보라고 추천해서 마침 나도 볼 게 없던 차라 틀었는데 하루만에 정신없이 다 봤다.

예전에야 어둠의 경로로 미드만 찾아봤었지만 요즘은 OTT 덕에 세계 각국 드라마를 다 볼 수 있는데(심지어 러시아 드라마까지) 보다보니 각 나라마다 화면의 ‘색감’이 다 다른 점이 흥미롭다.
그중에서 제일 특징있는 게 영국 드라마.
장르를 불문하고 한번도 화면이 ‘화사’한 걸 본 적이 없다. 😑

이 <비밀의 비밀> 역시 필터를 입힌 듯 톤 다운 된 색감이 영국 드라마 답고 저택이 나올 때마다 미드의 저택과는 다른 ‘중후함’이 느껴지는 게 인상적.

전직 군인인 마이아는 살해당한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난 후 보모 감시 카메라에 남편의 모습이 찍혀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에 얽힌 거대한 음모를 따라가게 되는데…

넷플릭스에서 영국 드라마를 몇 작품 보면서 느꼈지만, 이쪽 드라마들은 미드에 비하면 묘하게 느리다. 완전히 늘어지는 건 아니지만 ‘둘러둘러’ 가는 느낌? 그래서 미드에 익숙한 사람한테는 좀 답답할 때도 있다.
이 <비밀의 비밀>도 그런 면에서는 잡설이 좀 있었지만 반전에 반전을 향하는 장르다보니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 정도로 봐주기로.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왔던 건 중간중간 경찰서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장애인이 여러 번 등장하더라는 점. 우리 일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게 좋아 보였다.

지난번 <어셔 가의 몰락>도 이 <비밀의 비밀>도 모두 ‘제약회사의 부도덕’을 공격하는 걸 보면 해외에서 오피오이드 문제가 심각하고 거기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요구하는 분위기인 듯.

이 <비밀의 비밀>은 어떤 작품을 볼 때 갖고 있는 선입견-‘주인공은 결백하다’와 ‘극 초반에 죽은 사람은 피해자일 뿐’- 뒤집으면서 과감하게 반전을 만들어내는데 그래서 극이 몰아치는 후반부가 볼 만했다.
마이아의 최후는 ‘사람을 죽였으나 감옥에 보내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니’ 만든 결말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죽음이 과연 맞는 걸지에 대해서는 기분이 좀 복잡했다.
대신 그녀가 자신의 딸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좋은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잘 자란 릴리의 모습으로 위안 받으면서 마무리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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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그래서 제가 “Death in paradise”를 유난히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영드지만 카리브해 영국령 섬이 배경! 화사하고 밝은 색감! (+우중충한 추리) 트로피컬 아일랜드의 해변을 걸으며 런던의 우중충한 날씨와 맥주를 그리워하는 경감!

    1. Ritsko

      어쨌거나 영국 밖에서 찍어야 화사해지는군요. ㅋㅋㅋ

      1. 나라 자체가 칙칙하니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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