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처음에 전시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3~4개월 하는 것 같아 기간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번 주말이면 끝난다고 하고, 마침 이번 방학에 어쩌다보니 뭐 하나 한 것 없이 보낸 기분이라 아쉬웠던 차에 민영이네가 같이 보러 가자길래 냉큼 붙잡았다.(…)

방학이라 붐빌 것 같아 오픈 시간에 거의 맞춰 갔는데 들어가면서도 평일 아침 치고 사람이 꽤 많다 하며 놀랐건만 나올 때쯤에는 엄청나게 관람객이 많아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고려의 인기가 높았던가 싶다. 마지막인 이번 주말은 관람객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안 갈 정도. -_-;;;

전시회는 간간히 들었던 평만큼 볼륨감도 풍성하고—고려에 관련된 건 전세계에서 닥닥 긁어 모은 듯. 어찌 보면 가장 가까운 북한에서 태조 왕건상이 못 온 게 여러 의미로 아쉽긴 하다— 구경하면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도 간간히 정리해둬서 좋았는데 아무래도 시대 특성상 불교에 관련된 전시자료가 많다보니 다른 전시회에 비해 불교 신자로 보이는 연세 있는 어르신들도 많이 보이고 간간히 스님들도 관람 중이셨던 게 인상적이었다.(그래서 평소보다 관람객이 많은 건가)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수많은 불상과 불화 등을 보면서 걷다보니 좀 경건해지기도 하는 참으로 오랜만의 문화생활이었다.

태조 왕건의 스승이었다고 하는 희랑대사 좌상. 들어가자마자 제일 첫 전시물로 우리나라에 남은 가장 이른 시기의 목조 불교 조각이라는데 높이가 82센티 정도라 크기가 꽤 되는 데다가 (18세기 이후에 다시 채색한 듯하다는) 컬러감이 너무 생생해서 묘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처음에 봤을 때는 고려 시대 작품이라고는 생각 못하고 전시회 상징으로 세워둔 현대 작품인가 했을 정도. -_-;
고려 무덤의 부장품이었다는데 원숭이가 귀여워서 사진으로 남겼다. 아마 보통 입 막은 원숭이, 귀 막은 원숭이, 눈 가린 원숭이가 한 세트일텐데 찾아보니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고 늘 경계하며 오직 수행에 전념하라는 가르침’이라고. 옆에서 같이 보시던 아주머니도 마음에 드셨는지 내내 사진으로 남기시더란.

한 자리에서 가장 많은 불상을 본 날 아닐까…

아기자기해서 유난히 눈이 갔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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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잘 보고 오셨나봐요. 저도 너무 보고 싶은데 같이 가겠다 한 팀이 파토를 내고, 바깥양반이 바쁘고 둘째가 아파서 어려운데 제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떻게든 가려고요. 사람이 많다는 정보 감사합니다. 저런 거 너무 좋아해요. ㅜ.ㅜ

    1. Ritz

      애들이야 이런 데에 먼저 가자고 할 리가 없고 저희도 오늘 엄마들이 보고 싶어서 간 거였어요. 전시 좋더라고요. 가실 거면 남은 평일, 전시 시작시간에 딱 맞춰 가시길 권해요. 주말은 원래도 사람이 많았다는데 이번 주말은 방학 끝나기 직전인데다 전시회 마지막이라 제대로 관람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1.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거 같아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둘째의 치료 때문에 주말 개장 시간을 노리는 게 최선인 거 같네요 ㅜㅜ 그래도 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여요.

        1. Ritz

          그럼 무조건 오픈 시간에 맞춰서;; 중앙박물관은 주말에는 역사 수업들이 많아서 원래도 정신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