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몇년 전, 한참 웹상에서 이런저런 그림들을 구경하는 걸 즐기던 시절에 처음 그림을 보고 어떤 화가가 이렇게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그릴까 궁금했는데 그때만 해도 저 작가의 이름조차 검색하면 티바우도라고도 뜨고 티보라고도 뜰 정도로 별 정보가 없었더랬다. 며칠전에 문득 알라딘 메인에 신간이 떴길래 그림이라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주문했다.

정식 발음은 웨인 티보였던 모양으로 놀랍게도 1920년생의 현역 화가라고 한다.(100세…)

Valley Streets, 2003

샌프란시스코 MoMA에 갔을 때 이 웨인 티보의 작품이 걸려 있어서 기대하던 디저트 그림이 아닌 점은 아쉬웠지만 원화를 본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수확이었는데 검색하다 누군가 올린 글을 보니 지금은 유명한 디저트 그림들도 몇 작품 추가된 모양이다.

책은 큰 내용 없이 화가의 작품으로 채워진 화집.

California Cakes, 1797 Wayne Thiebaud

간이식당에 일렬로 진열된 케이크를 그린다는 건 순응주의와 기계화된 생활, 그리고 대량생산문화라는 다소 뻔한 개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더불어 뭔가 놀라운 점이 드러나는데… 끝없이 늘어진 이 줄이 얼마나 고독할 수 있는지… 이를테면 고독한 공존처럼… 각각의 파이는 저마다 바짝 고조된 고독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한데 모여 대오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특별해 보입니다.

1962년 뉴욕 MoMA의 작품 소장 시 작성한 작가의 말
Seven Suckers, 1970 Wayne Thiebaud

이 작가의 디저트 그림들은 왜 이렇게 끌릴까 생각해보니 실물이 아닌 이 독특한 질감의 케이크와 사탕들은 가만히 보고 있자면 모두 내가 원하는 만큼의 ‘단맛’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는 맛있다고 평이 자자한 무언가를 직접 먹었을 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면 (자린고비의 매달아놓은 굴비 같은 이야기지만) 저 그림 속의 디저트들은 그런 점에서는 실패할 일이 없지 않은가.

Down 18th Street, 1978~1979

주로 디저트 그림으로만 접했는데 화집에는 풍경화 비중도 꽤 커서 자꾸 보다보니 이쪽도 점점 마음에 들었다. 유화라 아무리 화집의 인쇄 질이 좋아도 원화의 느낌을 다 알기가 어려운데 언젠가 전시회에서 접할 일이 있을지.

가끔 웹에서 검색하다가 그림이 뜨면 한두장씩 하드에 저장해뒀는데 화집으로 한 권 손에 넣으니 왠지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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