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유튜브 영상들을 이것저것 넘기다가 추천영상에 신박한 정리에 나오는 정리 전문가의 채널이 떴는데(이분 유튜브에서는 방송에서보다 사투리 엄청 쓰시더라…) 남의 집 정리하는 것 보다보니 그동안 불편해도 그냥 어찌저찌 쓰고 있던 싱크대 하부장이 생각나서 오래만에 팔을 걷어붙였다.

안에 있는 내용물을 다 꺼내놓고 살펴보니 원래부터 설치돼 있던 수납 선반이 벽쪽에 딱 붙어있지 않고 어정쩡하게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서 프라이팬이고 뭐고 죄 뒤로 자꾸 기울었던 모양. 선반을 뒤쪽으로 밀었는데 안 밀려서 자세히 보니 대체 이게 뭐라고 아예 나사로 바닥에 박아놨다…;

(나는 왜 맨날 정리 전 사진은 안 남길까) 구멍 숭숭한 수납선반이 저렇게 애매하게 벽과 떨어져서 정가운데에 놓여있으니 프라이팬 수납 랙을 두려고 해도 자꾸 발이 빠지고 안쪽으로 물건을 정리해 넣어도 영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프라이팬 말고는 자주 안 쓰는 물건들만 넣어둬서 도로 빼고 다시 정리하기도 귀찮아 매번 외면하던 공간. -_-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그냥 저 상태에서 어떻게든 해볼텐데 이왕 시작한 김에 끝을 보자 싶어 드라이버까지 들고와서 뽑아냈더니 저 안의 공간이 생각보다 넓었다! 옆사람이 보더니 저 큰 공간은 뭐 때문에 있는 거냐는데 그냥 카운터 안쪽에 빈 곳일 뿐.

맨 아래칸 찜기 아래 나무 쟁반은 심지어 빙빙 돌아가는 물건. 신혼에 이케아 갔다가 혹해서 샀는데 단 한번도 쓸 일이 없었다…(우리집 식탁이 저렇게 밑판을 돌려가며 반찬을 나눠 먹어야할 만큼 클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집에 이사올 때 버렸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다시 방치되다가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았다. 원래 목적과는 좀 다르지만 저 위에 물건을 얹어두니 쟁반을 돌려서 안쪽 물건을 꺼낼 수가 있음.

낡은 프라이팬 정리대와 기존의 선반은 싹 정리해서 버리고 세우고 눕히는 게 가능한 새 프라이팬 정리대와 폭이 좁은 2단 선반을 사서 넣었더니 맞춘 마냥 딱 맞게 들어가 필요한 물건 꺼내 쓰기도 훨씬 편해져서 너무 흡족하다.

이런 숨은 공간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정리한 나는 혼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내내 외면했던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 주말 내내 괜히 한번씩 열어보고 닫고…

우리집 다용도실이 정말 딱 한뼘만 더 있으면 좋겠다 싶게 좁은데 움직인 김에 마저 이래저래 테트리스 해본 결과 드디어 최적의 동선을 확보한 듯. 문 열고 나면 보이는 직선 통로를 확보했더니 빨래 돌리고 건조기에 올리고 내리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이번주 정리 목표는 거실 티비 옆 수납장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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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misha

    저도 정리신 한번 오실 때가 됐는데(한 분기별 1회 정도…) 아직 기미가 없네요…설 연휴 전후로 오시려나 생각중입니다;;;

    1. Ritz

      https://youtube.com/c/thunderlee
      남이 정리하는 거 보다보면 나도 갑자기 훅 땡길 때 있지 않나요. 저의 이번 정리 부스터였던 링크를 공유해보아요. : )

  2. 저도 제 방을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로 느리게 하나씩 정리하고 있네요. ㅎ~ 정리하다보면 이대표님 목소리가 자동재생되더란. ㅎ

    1. Ritz

      그래도 정리는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은 있더라고요. 어디 한 군데 끝낼 때마다 ‘이게 전문가한테 맡기면 돈이 얼마인데 그 돈 굳었다’고 생각하면 한층 뿌듯하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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