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주에 했던 피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
빈혈도 없고 갑상선 수치도 정상이었고 심장 쪽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될만한 것이 보이지는 않는단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

공황이란 참 간사한 병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얼마전 TV 프로에서 정형돈이 공황장애로 고생하고 있을 때 차태현에게 위로받았다면서

“차태현 형님이 한 번은 나에게 ‘너 그거 죽을 거 같지? 그런데 그거 안 죽는다?’고 하더라. 저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그 말을 듣고 큰 힘이 됐다”

라는 말을 했는데 저 말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안다. 처음에는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을 정도라 응급실을 뛰쳐갔는데 공황이 뭔지 알게 된 뒤로는 가끔 숨이 차도 ‘죽지는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순간을 넘긴다.(물론 지금은 약의 힘도 있지만) 최근 내 공황의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였고 일단 1차라도 백신을 맞고 나니 그건 꽤 도움이 됐다.

지난주에 받아왔던 혈압약을 먹으니 더 이상 예전처럼 바운스바운스(…)하지 않는 건 좋은데 약 먹은 직후에 컨디션이 별로 안 좋다고 했더니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거라 그럴 수 있다며 일단 내일부터는 하루에 두 번만 먹으라고 해서 일주일치 더 받았다. 아마 더 갈 필요는 없는 모양.

병원이 선릉역 근처인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갈 때는 옆사람이 태워주고 오는 길은 마을 버스로 돌아왔는데(마을 버스로 와도 바로 집 앞에 내리는 코스라 편함) 생각해보니 집에서 이 정도로 멀리 나와 본(ㅠ.ㅠ) 게 얼마만인가 싶어서 감개가 무량했다. 마침 추적추적 비도 내리고 선선하길래 병원 앞이 바로 마을버스 정류장인데 일부러 한 정거장 걸어 내려와서 마을버스를 탔다. 걷는 것 좋아해서 마스크만 안 썼어도 아마 동영아트센터까지는 걸어내려왔을텐데 마스크 쓰니 갑갑해서 길게 걷기 싫더란. 😑

찾아보니 워드프레스로 데이터를 옮긴 게 2012년. 태터 이후로도 이렇게 길게 블로그를 쓰고 있을 줄 알았으면 관리도 귀찮은데 차라리 어디 무료 서비스로 들어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어쨌거나 요며칠 공황이네 부정맥이네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충동구매로 9년만에 처음으로 워드프레스 유료 테마를 사보았다.(마침 페이팔에 잔고가 좀 있길래) 원래 쓰던 무료 버전 테마 중에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걸로 골랐는데 막상 사고보니 유료버전 소스가 어찌나 거지같은지 차라리 무료버전이 더 깔끔했을 정도였다.
빠진 ; 찾아서 다시 넣는 데에 한참이어서 시간 들인 것도 아깝고 레이아웃은 마음에 들어서 당분간은 여기에 정착하게 될 듯하다.(일단 돈 쓴 게 아깝잖여…)

최근 충동구매 중 성공한 건 차렵이불!
원래 간절기용으로 적당히 싸고 얇은 걸 쓰고 있었는데 난다님이 모달천으로 된 차렵이불을 적극 추천해서 어차피 바꿀 때가 됐는데, 싶어 샀더니 오오, 이것은 신세계.
린양 표현을 빌자면 이불 덮고 누워있으면 촥촥 감기는 감촉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몸을 마구 배배 꼬고 싶어진단다.

개학 직전에 린양이 머리를 중단발로 잘랐는데 열흘쯤 지나니 지금 딱 예쁘게 자리잡은 상태. 얼굴형이 동실해서 의외로 단발이 잘 어울린다.
며칠 전 옆사람과 둘이 집앞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문득 그 단발머리가 생각나서 내가

“혜린이 머리 요즘 좀 귀여움.”

이라고 말했더니 옆사람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혜린이는 원래 귀여움.”

아, 네….😑 (설마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본인 얼굴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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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misha

    아…아빠의 딸사랑!!! 여전하시군요! 한때는 즈이 남편도 큰땡벌을 어르며(네…그러니까 생후 6개월 무렵) 정말 귀엽다는 둥 예쁜 아기 콘테스트 나가면 대상을 탈 거라는 둥 콩깍지가 잔뜩 씌어 있었는데요…지금도 콩깍지가 여전한지 주말에 함 물어보겠습니다. +_+;;

    1. Ritz

      지금도 여전히 등교주간에 하교시간 즈음이면 딸내미가 보고 싶다며 베란다 창밖을 내다봅니다.(재택 근무 중이라 세 식구 1년째 붙어 살고 있는데 대체…)

      제 눈에는 둘이 똑같이 생겼는데 본인 입으로 ‘늘 귀엽다’고 하면 아무래도 -_- 이런 표정으로 보게 되지요. 저것은 딸사랑인가, 자기애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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