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요즘들어 부쩍 자주 하는 생각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습관을 찾아 부지런히 몸에 익혀놔야겠다.
그나마 몇 안되는 내 장점 중 하나가 뭔가 시작하면 그럭저럭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이라 요근래 그 덕을 좀 보는 중.

지금까지 게을러서 밤에 머리 감고 젖은 채로 그냥 잤는데 요즘 들어 부쩍 머리를 묶으면 정수리도 아프고 어째 머리 빠지는 속도도 심상치 않아서 찾아보니 젖은 머리로 자는 것도 탈모를 유발한다고. 내가 숱 때문에 고민하는 날이 올 줄 몰랐으나 어쨌거나 비싼 드라이어 산 김에 꼬박꼬박 말리고 있는데, 그랬더니 펌한지도 한참인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 상태도 멀쩡해서 묶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왕 말리는 김에 좀더 머릿결에 좋으라고 오랜만에 트리트먼트도 사봤는데 스프레이 타입이라 쓰기 편해서 어느새 반 통 가까이 다 썼다.

힐링버드 울트라 프로틴 노워시 앰플트리트먼트 라이트.
일반 트리트먼트용은 좀 기름질 것 같아서 일부러 라이트로 샀는데 드라이하면서 부담없이 마구 뿌리기 좋다. 다음날 머리 상태도 뿌린 날과 안 뿌린 날 차이가 확실히 있음.

카페인 없이 마실만한 커피 대용품으로 추천받았던 오르조 티는 여전히 잘 마시고 있는데 얼결에 하루에 마시는 물 양이 꽤 많이 늘었다.

오르조 티는 브랜드 상관없이 그때그때 싼 걸로 사고 있는데 브랜드별로 크게 맛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어느 것이든 다 그냥 커피 흉내낸 보리차 맛….

아침에 일어나면 뜨거운 물 끓여서 보온병에 가득 채우고 하루종일 저 차를 타서 마시는데(이번 주는 점심 지나고 디카페인 더치 연하게 한잔하는 낙이 있었지) 저녁 때면 거의 비어있으니 매일 물을 1리터를 마시는 셈이라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인덕션에 불을 당기는 루틴이 왠지 아침을 깨우는 의식 같아 마음에 든다.


공황은 사람마다 이유도 다르고 대처 방법도 다른데, 몇달간의 상담 끝에 알게 된 내 공황의 이유는 불안도가 높아서 평소에도 긴장이 이완되지 않는 것.
이완시키는 방법을 이것저것 찾아보는 중인데 일단 지금까지 중 가장 잘 맞는 건 요가 스트레칭이어서 매일 아침에 20분, 자기 전에 15분 정도 하고 있는데 심장이 들쑥날쑥 뛰는 게 꽤 줄었다.
스트레칭 자세가 이름만 다르고 필라테스와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요가 스트레칭이 효과가 있더란. (오후에는 필라테스로 20분 정도 스트레칭 함)
저녁 요가는 거실에서도 해보고 아예 자기 직전에 침대 위에서 수면등만 켜놓은 채로도 해봤는데 후자가 더 효과가 좋아서 하루의 마무리는 요가로 스트레칭하며 조용히 마무리 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
儉而不陋 華而不侈

김부식 「삼국사기」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게 제일 어렵다.
어릴 때는 만원짜리 흰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반짝반짝 하는데(요즘 린양을 보면서 부쩍 그런 생각을 하지) 나이가 드니 가격이 얄궂은 옷은 여지없이 보기에도 얄궂다. 나이에 맞는 옷을 찾아 입기보다는 나이에 상관없이 어느 옷이든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얼굴의 근육도 나이가 들면 힘이 빠진다더니 이제는 무심코 멍하니 있으면 표정이 뚱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사람이 되려면 더 고민하고 더 조심해야 하나보다.

머리속도 몸도 가꾸어 나이를 ‘잘’ 먹고 싶은 게 요즘의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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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sponses

  1. 난다

    오 이 글 읽고 생각난김에 올만에 보냉포트 꺼내서 따끈한 우엉차를 담고 마시고 있어요.그나저나 이러다 내 늙은 방광이 오늘 밤 나를 잠 못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낮에 읽었어야 했다 ㅋ

    1. Ritz

      아… 그건 조심하셔야 하는데;; 저도 보통 저녁 먹기 전까지 마시고 그 뒤로는 안 마시려고 하는 편;;; 자다가 깬돠…

      1. 난다

        잉잉 ㅠ
        월요일 앞두고는 원래 잘 못 잔다는(체념) (홀짝)

  2. dan

    가격으로 낚이지 말자!!를 맘에 품고 요즘은 “좋아하(맘에드)는 옷을 사자!! 로 바뀌었어~ 취향인 옷의 최저가를 찾아 구매!! 사실 옷에 딱히 욕심이 없어서 가능할지도 모를 일!!
    뭐든지 싸다고 사면 안 쓰는 물건이 생겨서 소비를 반성하고 패턴을 좀 바꿔가는 중입니다!! (눈 돌아가면 안한다는게 문제 ㅡ.ㅡ;;)

    1. Ritz

      나는 자주 가는 쇼핑몰에 할인 쿠폰이 나오면 안 쓰면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서 자꾸 뭔가 지르는 게 문제… 안 사면 아예 돈이 안 드는 건데 말이지. -_-;;

      몸은 좀 괜찮아?

  3. 장미의신부

    근데 옷은 좋은거 사려면 가격이 너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_-;

    1. Ritz

      가격이 좀 비싼 옷을 사고 가짓수를 줄인다,
      돈을 많이 벌어 비싼 옷을 사던대로 산다,
      저렴한 옷을 잘 고르는 안목을 키운다
      중 어느 쪽이 제일 쉬우려나요. ^^;

      1. 장미의신부

        요즘은 죄 온라인 구입이라 더 부담이 큰듯도…싼건 그냥 버린다쳐도 비싼건 그럴수도 없고…-_-; 저는 일단 쌓아둔 옷들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거 같기도…(먼산)

        1. Ritz

          전 요즘 한벌 사면 무조건 한벌은 버려요;; 비싼 건 따로 잘 모아두시면 혹시 나중에 서연이가 입을지도 몰라요. ^^; 요즘 혜린이가 제 옷 잘 입고 다니거든요.

  4. 아… 정확하게 요즘 제 고민이랑 일치해요. 나이 잘 먹기, 깔끔하고 곱게 늙어가고 싶은데 참 쉽지 않은 일인 듯 싶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머리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 빠지는 양도 심상치 않고 노안도 오고 하나둘씩 몸에서 노화가 느껴지니 뭔가 좀 쓸쓸해요.

    1. Ritz

      흰머리가 어느새 야금야금 늘어서 머리카락 들썩 하면 여기저기 반짝반짝하고 노안…은 말도 마세요. ㅠ.ㅠ 왜 어른들이 맨날 안경을 벗고 서류를 보나 했더니 내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렌즈 끼고 나갔다가 무슨 서류라도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세상 난감하고요. ㅋㅋ

      건강하고 현명하게 나이를 잘 먹기, 가 목표인데 게을러서 쉽지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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