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NT Novel 시리즈는 확실히 남성향이다.
나같은 경우는 굳이 취향을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괴리감을 느끼는 게 웹 여기저기에서 남자 독자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작품에 대해 의외로 기대만큼의 감흥이 오지 않을 때. 그리고 그 가장 큰 이유는 작품에 깔리는 ‘러브 테마‘이다.
이리야의 하늘 4권의 경우가 그런 편이었는데, 내가 가는 관련 사이트들에서는 거의 인기폭발에 엔딩에서 다들 쓰러졌지만 내가 읽은 감상은… ‘엄앵란과 신성일의 맨발의 청춘‘이었다.(아직 교정보기 전이라 정독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또, 아무래도 라이트노벨 작가들이란 관록이나 그런 면보다는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는 것이다보니 1권부터 재미있는 경우도 좀 드물다. 물론 전격계열 수상작의 경우 1권에 박력들은 넘치지만 꼭 박력=재미는 아니니까.

이 두가지 면에서 벗어나 마음에 드는 말랑한 러브 테마와 1권부터 상당한 재미를 갖춘 작품이 이 더블브리드였다. 이 작품의 경우 1~2권의 삽화를 그리던 일러스트레이터가 사망한 이후 3권부터 교체되었던지라 판권 해결이 어려워 거의 포기할까 했지만 아쉬움이 남아 1~2권은 자체 일러스트레이터로 대체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했고(의외로 미디어웍스 쪽에서는 ‘귀사의 열의에 감동한다‘고도 해줬다. -_-;) 그 덕분에 번역 원고는 한 1년 전에 받고 진행은 지금에야 하게 됐다. 그리고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덕분에 앞으로 이런 식의 자체 해결은 좀 고려해봐야겠다고 심각하게 생각했다. -_-;(마감 관리하기가 워낙 어려워서) 마감만 빼고 생각한다면 삽화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흡족했다.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하시는 분인데 적당히 소프트하고 ‘예쁜‘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3권 이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라다 다케히토인 걸 고려한다면 크게 이질감도 없지 않을까 싶다.

말랑한 러브테마라는 말은 했지만 작품 자체는 여자 작가라는 게 의외일 정도로 하드하다. 중요한 소재인 아야카시-특이유전인자 보유생물-가 아무리 심한 부상이라도 ‘재생‘이 가능하다보니 작품 내내 연약한 이미지의 주인공이 죽도록 깨진다. -_-;;; 뇌에 총알을 맞는데 자신의 신경계통을 조절해서 그 총알을 밀어내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
작가 후기에 보면 담당 기자가 ‘이 작품의 근저에 있는 것은 사랑이군요‘라는 말에 작가 본인이 닭스러워 벅벅 긁었다지만 잔인한 전개 속에서 끝은 따뜻한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여자작가인 만큼 두 주인공의 감정을 신파가 아닌 ‘애틋함‘으로 끌고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야마자키와 유우키의 관계의 변화는 앞으로도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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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미사

    더블브리드의 좋은 느낌을 해칠까봐 이리야 4권 보기가 두려워요 -_-;;

  2. 장미의신부

    남자들이 추구하는 신파와 여자들이 추구하는 신파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역시! 신파란 거기에 빠져서 볼땐 감동일지 몰라도 바깥에서 보면 그보다 더 유치한게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