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이것저것 오만가지 벌여놓고 하나도 제대로 수습을 안하는(창룡전만 해도…) 다나카 요시키가 그나마 최근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종종 내고 있는(?) 작품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시리즈입니다(이것도 그다지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닌 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료코의 이미지가 작가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지는 편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원래 작가의 그림체도 좋아하는 편이고 말이지요.

장르를 규정짓자면 ‘여왕님과 집사’물이 되겠습니다. 혹자는 ‘누님물’이라고도 합니다만 료코 정도면 누님이라는 단어로는 좀 약한 감이 있지 않나 싶네요.
제목 그대로 야쿠시지 료코가 그의 부하인 이즈미다 경부보와 이런저런 초자연적 현상을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만, 다 읽고 나면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한 사건이 무엇이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여왕님이 은근히 집사를 좋아하면서 티도 못내고, 집사는 본의 아니게 여왕님에게 튕기는(본인은 자각이 없음) 시츄에이션만 인상에 남습니다.
게다가 이웃나라 여왕님(…)까지 이 집사를 탐내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할리퀸 로맨스(…) 노선일지도 모르겠네요.

야쿠시지 료코라는 캐릭터는 대강 창룡전의 쓰즈쿠를 여성화한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거기에 다나카 요시키 전매 특허인 공무원 씹기도 건재합니다만 ‘내가 곧 정의’라고 말하는 아멜리아(슬레이어즈) 계열의 캐릭터에 알레르기 반응만 없다면 꽤 재미있게 즐길 만합니다. 너무나 다나카 요시키스럽다는 전형성이 만연하긴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작가의 공력만으로도 기본은 가는 데다가 작품의 재미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는 상당히 유쾌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백귀야행 류의 괴기 추리물을 기대하시는 분에게는 추천하기 어렵겠지만 뭔가 유쾌한 이야기를 찾는 분에게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