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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 저 | 예담 | 2003년 06월
정가 18,000원

상상력만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라이트 노벨을 만들다보니 뭔가 다른 인문 서적도 읽어줘야 할 것 같은데 소설은 왠지 국내 것이건 국외 것이건 시간내서 읽기가 부담스럽다.

서점 시장 조사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그 뒤로도 서점에 갈 때마다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했는데(책값이 만만찮아서) 결국 인터넷 서점으로 구입했다.

‘화가와 모델’이라는 책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역사 속의 유명한 화가와 그 화가에게 영감을 준 모델로서의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둔 책으로 그림 자료들도 풍부하고 그림마다 캡션도 충실한 편이다.
로댕과 클로델 같은 유명한 연인들도 있고 티솟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화가들도 꽤 실려 있는데 작가의 말솜씨가 차분하고 이야기하듯 흘러가서 인문서치고는 부드럽게 읽혔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커플은 역시 밀레이와 에피. 밀레이와 에피라는 이름으로는 다소 생소하지만 존 러스킨이라는 이름은 이들보다는 익숙할 듯. 이 존 러스킨은 에피의 첫번째 남편으로, 그녀와 결혼한 후 그녀의 체모를 견딜 수 없어서(…) 6년 동안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는 ‘임신으로 에피의 건강이 상하는 것이 걱정되고’ 운운했지만 실제로 러스킨이 로리콘(…)이었다는 건 꽤 유명한 사실. 결국 에피는 러스킨과 이혼한 후 러스킨의 친구였으며 자신을 모델 삼아 그림을 그리던 화가 밀레이와 재혼하여 그녀가 원하던 현모양처로서의 여생을 누렸다고 하며 밀레이의 그림에 그려진 그의 딸 ‘에피’의 모습을 보면 이들 부부가 얼마나 사랑이 충만한 결혼 생활을 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뭐 이런 식의 화가와 그의 모델,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과 화가의 화풍에 대해 미술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나갔다.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다른 불안정한 정서를 가진 ‘화가’와 그들의 ‘모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소설보다 기이하고 격정적인 현실이다.

ps. 처음으로 키워드 기능을 켜봤습니다. 밑줄이 뜨는 곳을 누르면 책의 목록이 뜨도록 해봤는데 무지 재미있는 기능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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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1. Tom

    cd같은거 소개하면서 트랙 정보를 넣을 수도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