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 책에 대해 요약하자면 가상화폐, 주식 등등에 손을 대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음 편히 볼 수 있을 것이고, 시절이 이렇다보니 투자에 손을 대서 손실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조상네들 역시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 조금은 위안(?)삼고, 저런 투자들이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 같다.

정성을 듬뿍 쏟은 덕분에 이황은 목화 농사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논농사와 밭농사는 기본이요 목화 농사에도 뛰어들어 쉼 없이 이익을 만들어냈으니, 조금 과장해 이황을 ‘헤지 투자’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p118

우선 작가의 방대한 자료 조사에 감탄하고, 흔히 잘 아는 위인들조차 (당연한 이야기지만)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은 안그래도 저 사람들은 맨날 공자왈 맹자왈만 하면서 뭘로 먹고사나 했지 은근 유쾌하기까지 하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파트는 3장의 「사람 잡아먹는 미두시장」. 과거에도 이렇게 제대로 각 잡힌 선물 시장 시스템이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은 지금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과거에서 배워 지금의 실수를 줄이는 건 매우 유의미한 일이 아닐까.

이미 돈 내고 돈 먹기 판이 되어버린 이상 그 누구도 쌀 자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 쌀 유통의 흐름과 주변 환경을 찬찬히 뜯어보기보다는, 숫자(가격)가 커지고 작아지는 데만 목을 매니 도박과 다를 게 없었다.

p248

수업 시간에 배운 역사는 왕과 한줌 양반들의 모습이어서 마치 ‘고요한 동방의 나라’가 우리의 이미지인 양 착각하지만 보다 많은 수를 차지했던 진정한 ‘우리네’의 삶은 수백년 전에도 치열하고 억울했으며 억눌리다 발화점에 이르면 거침없이 폭발했다.

내가 이런 생활사 관련 서적을 좋아하는 건 보다 보편적인나는 우리 집안의 족보를 그다지 믿지 않으며, 나의 조상은 당연히 평범한 민초 중 한 명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우리 조상들의 일상과 기질을 알 수 있어서가 아닐까.

오랜만에 정말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몇백년을 변한 게 없음에 씁쓸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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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단단단

    재밌겠당!!!! 이번 휴가때 들고 갈 책인 이걸로 할까-
    일단 전자책 알림신청 완료!!

    1. Ritz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아서 금방 술술 읽을 수 있었슴돠. 휴가용으로 추천~ ^^

  2. Tom

    럭키경성도 추천.

    1. Ritz

      도서관에서 찾아보겠심~

  3. yuna kim

    감사합니다. (납작)

    1. Ritz

      너무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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