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아직도 이사짐이 도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_-
게다가 이사짐 업체의 삽질 때문에 늦어지는 것인지라 짜증이 더하네요. 모든 잡다한 가재도구들이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대나무숲은 노트북으로 일을 하며, 냄비 하나로 요리를 하는 난민 생활이 그럭저럭 열흘째 되겠습니다. -_-;

원래 금요일쯤 짐이 도착하면 주말에는 짐정리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지는 바람에 오늘은 홧김에 어디든 나갔다 오기로 했지요.
요코하마에서 불꽃놀이가 있다길래 거기를 가볼까 했는데 작년에 모인 사람들만 100만명(-_-)이라는 이야기에 조용히 포기하고 일단 근처부터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세 정거장 앞은 후타고타마가와역인데 역 근처에 바로 강이 흐르는 공원이 있습니다. 전철을 타고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꼭 양재천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거기부터 둘러봤습니다.
후타고타마가와 쪽은 예상했던 것보다 놀기에 훨씬 좋은 곳이었습니다. 곳곳에서 아예 불 피우며 바베큐해먹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분명히 바베큐 금지라고 적힌 걸 봤던 거 같은데…;) 물이 얕아서 애들이 속옷바람으로 물놀이를 하거나 작은 그물 같은 것들을 가져와서 송사리도 잡기도 하고 가족끼리 자리 펴놓고 쉬거나 강 한가운데쯤에서 낚시대 드리우고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이더군요.
마치 어린 시절 시골 집에서 낙동강 강가 내려가서 놀던 때처럼 유유자적한 분위기였습니다. 도시 근교에 있는 공원 치고는 정말로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늘은 날이 무지막지하게 후덥지근해서 강가에서 오래 있기는 좀 힘들더군요. 강바람은 꽤 많이 부는데 습기가 엄청 높았습니다. 가을쯤에 가면 정말 최고일 듯.

전철역에서 내려다보면 강줄기가 두갈래입니다
바로 옆으로 전철도 지나가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거나 애들과 물놀이 나온 사람들도 많더군요

공원으로 가는 길에 본 재미있었던 낙서.
아마도 앞에는 ‘쓰레기’라는 글자가 써 있었을 것 같은데…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집에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을 볼까 해서 시부야 도큐핸즈로 향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 왔을 때마다 도큐핸즈는 꼭 갔는데 시부야에 있는 건 처음이었네요. 굉장히 좁은 건물에 많은 물건을 들여놓다보니 꼭 벌집(?)처럼 층층이 내려오는 구조가 인상적이었습니다(맨 위층부터 구경하면서 내려오는데 거의 1시간 넘게 걸리더군요).
몇몇가지 재미있는 것들이 보여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이전에 사진촬영 금지였던 게 기억이 나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 같은 것들이 워낙 많아져서 제어가 안되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따로 제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맨 윗층에서부터 걸어내려오다가 벽에 붙은 광고를 보고 일부러 찾아가서 구경한 샴푸통(…)
개당 1,500엔
한국어가 당당히 써 있는 부채!
(자그마치 2천엔 가까이 함)
몸짱 단련된 멋진 몸을 말함
……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음
왜 하필 이런 단어들만…-_-
하이루 통신용어로 늘상 하는 인사말
……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음

도큐핸즈에서 북퍼스트, 만다라케 찍고 집까지 오니 7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날이 너무 후덥지근해서 좀 걷다가 어딘가 들어가서 에어콘 바람으로 쉬어주고 다시 나오고, 의 반복이었습니다만 최근 가장 많이 움직인(…;) 날이기도 하네요.

라스트

북퍼스트 1층 카페에서 먹은 케이크.
딸기가 싱싱하다못해 신 게 단점이었지만 생크림은 최고였음

13 responses

  1. 키딕키딕

    요다 샴푸통 올인~!

  2. 리츠코

    jjaya>케이크+홍차(혹은 커피) 세트 추천(1000엔 정도였음).
    아니 대체 그건 어디 나오는 코스튬이래..-ㅁ-;

  3. 음, 다음에 가면 필히 들러봐야겠군! +_+
    그리고 시부야에서 누구누구씨가 발포라도 하면 대나무숲님이 하얀 단추가 달린 까만 쫄티와 쫄바지를 입고 까만 총을 들고 달려와주실 거야(…)

  4. 리츠코

    ASTERiS>옆에 방가방가도 있었으면 끝내줬을 듯. –;
    노정석>오죽하면 사진으로 찍었겠어요..; 보는 순간 둘 다 뒤집어졌지요.
    삭은이~>한국에 비해 일본은 파는 과일이 다양하긴 하더군요. 특히 눈에 띄는 건 자몽이나 열대과일 쪽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는 것일까요.(가격은 좀 비쌌지만) 복숭아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네요. 다음번에 한번 사와봐야겠음.
    장미의신부>글쎄요..; 왠지 글씨체로 봐서는 아무나 되는대로 쓴 것 같은 삘이 나기도 하는데 말이죠…;
    jjaya>음홧홧. 저도 북퍼스트 갈 때마다 보기만 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먹어봤지요. 그 카페 의외로 케이크랑 차가 제대로 나오는 곳이었음.
    ryusei>하이루 같은 건 사실 한국에서도 별로 많이 쓰는 말이 아닌데 정말 대체 누가 저런 걸 알고 적어놨을까요…–;
    저 부채는 엽기상품들이 모인 곳도 아닌 정식으로 부채 파는 곳에 있었어요..;

    시부야는 정말 길도 복잡하고 사람들도 많아서 거기서 누구누구씨처럼 발포라도 했다가는 그야말로 생지옥일 것 같아요. –;

  5. ryusei

    누가 알려준 말일까요?
    아무 채팅실에나 들어가서 캡쳐한 것을 그린 건지…
    좋은 말도 많고 좋은 글자체도 많은데 저런 초딩스런 제품을 파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엽기상품?

    그나저나 시부야쪽 지명이나 가게명이 나오면 D작품의 영향으로 깜짝깜짝 놀라게 되네요.

  6. 하이루;;;;
    지난번에 북퍼스트 갔을 때 그 카페의 케이크가 유난히 눈을 잡아끌더만 여기에 사진이… ㅠㅠ

  7. 장미의신부

    몸짱…-_-; (옆에는 얼짱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저 글씨 대체 누가 쓴 걸까요?

  8. 삭은이~

    계란말이 맛이 다르듯이 과일도 나라별로 추구하는 맛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일본 복숭아는 정말 맛있습니다. T_T

  9. 뜨으어 ~ 저 부채…. 너무 하네용.!

  10. 하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