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평소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추젠지의 장광설이 싫었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는 글들이 여기저기에 보여서 주문해봤는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백기도연대 시리즈의 추젠지 비중이 딱 적당하니 마음에 드네요.
중편 정도 길이의 에피소드가 3개 실려 있는데 무게중심(?)이 에노키즈이다보니 적당히 시끌벅적하고 유쾌합니다.

세키구치가 아닌 모토시마라는 새로운 화자를 내세워 기존의 교고쿠도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을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묘사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대신 교고쿠도 시리즈보다는 훨씬 추리물로서의 성격은 약하고 기존의 캐릭터들을 데리고 즐기는 소품집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에노키즈에게 얽힌 주인공은 그 뒤로 ‘이러면 안 돼, 돼, 돼~’의 상태로 계속 에노키즈 일당(?)들에게 끌려가게 되는데, 뭐랄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엄청나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무리에 묘하게 끌리는 그 심리는 참 공감이 가더군요.

라이센스판이 종이질은 엄청나게 좋은 반면에(소설책에 그 정도 좋은 지질이 필요한지 좀 오버스러울 정도..;) 간간히 오탈자가 꽤 눈에 띄는 점은 아쉬웠네요. 더불어 이왕 기존의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면 인물명은 서로 맞춰주는 게 더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책 뒤쪽을 보니 다음 시리즈인 風도 발간 계획이 잡혀 있는 듯하니 그쪽도 기대 중입니다.

요근래 한국에서 대부분의 시리즈가 나올 만큼 인기있는 작가라길래 시험삼아 한권 사봤습니다.

형사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용의자가 사건을 얼마만큼 치밀하게 은폐하느냐에 중심을 두고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흐름을 따라 차분하게 흘러가다보니 지난번에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처럼 한번 책을 잡으면 마땅히 손을 떼고 쉴 타이밍을 못 잡고 계속 읽게 되더군요.
추리물로서의 매력보다는 이야기 안의 ‘드라마성’이 더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좀 미흡할지도 모르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이쪽 장르의 일본 소설을 별로 읽은 게 없었는데 의외로 취향에 맞아서 이리저리 더 찾아보게 되네요.

이 작가의 붉은 손가락도 평이 좋던데 조만간 구매 예정.

2 responses

  1. >> 평소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추젠지의 장광설이 싫었던 사람이라면
    사실 교고쿠도 시리즈는 ‘이 사람이 대체 뭔소릴 하는겨~.’ 하는 정신이 혼미해지며 숨막히는 듯한 추젠지의 장광설이 최고의 매력인데 말이죠. (중얼중얼)
    그런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엄청나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무리에 묘하게 끌리는 그 심리.’라니 마치 제가 처음 로리파티길드 분들을 만났을 때의 그 심리와 같은 것 같아서 왠지 흥미가 끌립니다. 🙂

    여지것 읽은 추리소설 중에서 화자가 범인인 추리물이 몇개 있었는데 ‘용의자 x’는 그것들과는 좀 다른 방향의 전개인 것 같네요.
    한권 구입해서 봐야겠네요. 🙂

    p.s: 그런데 왠지 두 권 다 태교를 위해서 볼만한 책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게 말이죠. (…)

    1. 리츠코

      정신이 혼미해지면 숨이 막히는 걸 즐기신다니 역시 스트님은 M….: p
      스트님이 처음 로리파티넷에 들어오셨을 때 저도 ‘평범하지 않음’에 감탄했었으니 서로가 비범함에 감탄한 것이로군요. ( ”)

      용의자 X의 헌신은 개인적으로 추천입니다. 꽤 재미있었어요.

      저는 그냥 임신 기간 동안에 CSI도 보고 NCIS도 보고 보던 것 다 봤지요. 책도 주로 추리물로(…) 산모가 즐거운 게 제일 좋은 태교라니까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