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등학교 때쯤에 한참 지경사에서 시리즈로 나오던 청소년 문고 중에 ‘꼬마 흡혈귀’ 시리즈가 있었지요. 맨 처음에는 주인공 안톤이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비주얼)인 루디거와 친구가 되면서 그의 동생인 안나와도 점점 친해지고, 그 안나가 안톤에게 연심(…)을 품게 되면서 점점 분위기가 미묘~해지는 이야기였는데 4권 정도까지 보다가 뒤는 더 못구해봐서 안나와 안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번 겨울쯤 영화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인기작이라는 미사 언니의 추천과 함께 선물받은 트와일라잇은 이 안톤과 안나의 성별이 바뀐 버전(…)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사실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혹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꽤 다양한 작품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당장 떠오르는 게 그 꼬마 흡혈귀 시리즈밖에 없네요. ^^;

작품 자체는 딱 십대를 겨냥했을 법한 로맨스물입니다만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워낙 그냥 갖다만 붙여도 절반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소재다보니 성인 ‘여성’들이 보기에도 꽤 말랑말랑합니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간만에 본 로맨스물인데-마지막으로 본게 역시나 미사언니의 선물이었던 쇼퍼홀릭 최신편이었던 듯- 그 동안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작품 내내 피어오르는 달달~한 분위기에 간지러워 벅벅 긁으면서도 작가의 필력이 괜찮은 건지 쉽게 쉽게 넘어가면서 뒤도 궁금하고 그렇더군요. 원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이긴 합니다만 밤에 혜린이 재우고 절반쯤 읽고 그 다음날 낮잠 잘 때 마저 다 읽어치워버렸네요.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이미 쓰러졌던 것이…

나는 줄곧 햇빛에 노출되어 살았는데도 피부가 우윳빛이었고 심지어 새파란 눈동자나 빨간 머리 따위의 행운도 누리지 못했다. 늘 마른 체구였고, 그럭저럭 유연한 편이긴 했지만 운동엔 완전히 젬병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데 필수적인 눈과 손의 협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스스로 망신살이 뻗치거나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중략)
내 피부는 핏줄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해서 예쁘다고 할 수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주변 색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이는데, 여기에는 나를 돋보이게 해줄 다른 색깔이 없었다.

바로 이런 문구들 되겠습니다.

.
.
.
.

님, 지금 자랑하나요

이전 살던 동네에서는 별로 인기도 없었고 연애 한번 안해봤다는 여주인공은 이사 온 곳에서는 남자들이 번호표 끊고 줄을 섭니다.(…)
로맨스물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여자 주인공은 ‘나는 인기 없는 타입이야’라고 바닥 박박 파면 남자 주인공이 ‘당신이 얼마나 아름답냐 하면..(이하 생략)’ 의 구조다보니 이 작품에서도 별로 크게 벗어나지는 않더군요. 이 작품을 끌고가는 건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시리즈물의 1편이라 작가가 자신이 설정한 뱀파이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싶었는지 중반부까지 문답식의 뱀파이어 정보가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는 바람에 후반부의 큰 사건이 약간 몰아치듯 끝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리즈는 트와일라잇-뉴문-이클립스-브레이킹 던, 그리고 남자 주인공 관점으로 쓴 트와일라잇이라는 미드나잇 선으로 마무리가 된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는 뉴문까지는 번역이 되었고 그 뒤로도 계속 출판 예정이라고 하니 완결되고 나면 한번에 몰아서 볼까 생각 중입니다.

뱀파이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을만한 작품일 듯하네요. : )

영화판 관련으로 정보를 좀 찾아보니 남자 주인공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만(스틸 샷으로만 봐서는 천사가 아니라 머슴 분위기가..;) 예고편 화면을 보고 나니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을 듯 싶군요.
패닉 룸에서 마치 조디 포스터 진짜 딸처럼 비슷한 분위기에 연기도 잘했던 배우가 어느새 훌쩍 커서 여자 주인공 벨라 역을 맡은 것도 놀라웠습니다.

by

/

4 responses

  1. 미사

    저게… 5권을 쓰는 제일 큰 이유는 쩐이 아닐까 하더군 ^^;
    3권까지를 출판사에서 75만달러 받았다는데… 해리 포터 이후 현재 미국에서 the hottest bestseller라는 책의 고료라고 한다면 좀 그렇지. 아무래도 5권을 내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닐까… 1권이 틈만 나면 둘이 마주앉아 질의응답 -_- 을 주고받는 뱀파이어학 개론서인 것도 이유겠지만 ^^;;;
    하지만 저 여주인공의 행태는 <거울 앞에서 겸손을 떨다가 결국은 지 이쁜 거 스스로 인정하는> 할리퀸 여주인공들과 어디가 다르단 말이냐 ㅠㅠ

    1. 리츠코

      해리포터 작가를 생각하면 75만달러는 정말 자일리톨 껌값이네요. -_-; 작가가 새로 한권 쓰고 싶을 듯도… 게다가 그 책은 1권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필연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던데요. 작가가 장사 좀 할 줄 아는 사람인 듯해요. ^^

      정보 찾느라고 검색해보니 국내에 의외로 이 작품 팬들이 많더군요. 결국 궁금해서 엔딩까지 다 알아버렸는데 덕분에 천천히 기다렸다가 한번에 읽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저는 이 책은 암만 봐도 할리퀸로맨스의 발전형이던데요…;

  2. 아~, 그 꼬마 흡혈귀 시리즈 저도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도 한 4권까지 인가 봤던거 같은데 그 이후로는 안 나왔던거 같습니다.
    안나가 은근히 안톤을 동료로 만들어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모습을 가끔씩 보여서 조금 오싹했더랬죠. ^^;;
    동생하고 같이 진지하게 둘이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그 애는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 까를 고민했던 것과 안톤네 집 부모님도 밤에만 등장하는 음침한 외모의 안나를 보면서 ‘눈가에 기미가 많더구나.’ 정도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기억도 나는군요.

    1. 리츠코

      그때 지경사에서 나온 시리즈들 중에 재미있는 게 꽤 많았어요. 꼬마흡혈귀는 지경사에서는 4-5권 정도까지밖에 안 낸듯하더군요.

      그 안나가 안톤을 꼬시는 게 그 작품의 묘미였지요. -ㅁ- 저는 그 당시에 그집 부모가 밤이면 애 놔두고 파티 가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