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예전에 디즈니 고전명작 dvd 10작품을 묶어서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파는 것이 있길래 재미삼아(?) 사둔 적이 있었습니다. 딱히 혜린이용이라기도 그렇고 그냥 예전에 제가 봤던 월트 디즈니 명작전집이 생각나서 샀던 건데 의외로 요즘에 혜린이가 잘 보고 있네요. 얼마전에 사뒀던 디즈니 삽화의 백설공주, 피터팬, 신데렐라 등과 함께 병행(?)하며 좋아하더군요.

워낙 오래된 작품들이다보니 화질도 음향도 그냥저냥, 더빙이나 자막 번역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어차피 아는 내용이라 그냥 원어로 두고 노래도 감상하면서 보기에 꽤 괜찮네요. 보다보니 대체 언제적에 만든 것들인가 싶어 좀 찾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된 작품들이라 놀랐습니다.

저는 디즈니 애니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정도까지가 딱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 )

백설공주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年)
디즈니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은 이 백설공주였다고 하네요. 37년도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 움직임도 부드럽고 노래들도 흥겹습니다.(개인적으로는 난쟁이들의 하이오~를 좋아함) 백설공주가 쫓겨나기 전에 이미 왕자님과 만나서 눈이 맞았었다든지 하는 각색도 재미있더군요.
다만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이 백설공주는 정말 딱 이 당시 미인형을 반영한 것 같다 싶어요. 통통하니 복스럽게 생긴 데다가 목소리는 또 어찌나 간드러지시는지…; 듣다보면 손발이 아주 기냥 제대로 오그라듭니다.
원작에서 새왕비가 세번이나 찾아왔던 것에 비해 애니메이션판에서는 마지막에 사과만 가지고 찾아오고 대신 일곱 난쟁이들이 더 강조되서 난쟁이들과 백설공주 이야기의 비중이 더 큽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백설공주의 성은 세고비아의 알카사르라는 곳을 모델로 했다네요. 애니에서 보이는 ‘성’은 겉만 엄청 거창하고 내부 묘사는 좀 부실해서 특별히 모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말이죠. -_-;

피노키오 Pinocchio (1940年)
어릴 때 디즈니 전집에 있던 피노키오는 별로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었어요. 일단 피노키오가 자꾸 속는 것도 짜증나고 죽어라고 지미니 크리켓 말을 안 듣는 것도 속 터지고 말이죠. -_-; 다시 봐도 별로 다를 게 없어서 혜린이 볼 때 오히려 저는 다른 걸 하게 됩니다만 그럼에도 애니메이션 자체는 정말 수작입니다. 이야기 진행도 매끄럽고요.
개인적으로는 여기 등장하는 요정님(?)이 정말… 너무나 세속적으로 섹시하게 나와서 좀 웃겼어요. ^^; 왠지 그 당시 어디 화장품 광고지에서 상품 들고 씨익 웃고 있을 것 같은 인상이랄까요…

피노키오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일본 위키피디아에 재미있는 글이 있어 기록 겸 대신 남겨보자면…

백설공주가 엄청나게 히트를 치자 한번 더 이런 영화를 만들자는 수많은 의뢰가 월트 디즈니에게 밀려오지만 이것들을 거절하고 전작과는 다른 모험 이야기인 피노키오를 선택했으나 원작은 사회풍자소설인데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장이에 유치한 성격이었던지라 백설공주와 같은 화려함도 없었을뿐더러 꿈이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월트 디즈니는 스토리를 만드느라 몇개월을 고민했으나 결국 아티스트들이 작업에까지 들어간 제작을 일시중단한 후 그 사이에 피노키오를 순진한 성격으로 변경하고 원작에서는 초반에 피노키오에게 망치로 맞아죽는(…) 귀뚜라미를 피노키오의 양심, 그리고 스토리텔러로서의 중요한 역할인 캐릭터 지미니 크리켓으로 등장시키게 된다.
제작이 재개된 후에도 심사숙고 끝에 2년여에 걸쳐 꿈과 희망이 넘치는(…) 모험이야기로 완성하였다. 전작 백설공주와 같은 큰 히트는 치지 못했으나 극중 지미니 크리켓이 부르는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제13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고.

판타지아 Fantasia (1940年)

아기 코끼리 덤보 Dumbo (1941年)
예전에 책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니 ‘코끼리가 난다’라는 게 상당히 임팩트가 있더군요…; 실제로 저렇게 아기 코끼리가 하늘을 난다면 비싸더라도 꼭 가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지요. -_-;

밤비 Bambi (1942年)
봉고, 미키와 콩나무 Fun And Fancy Free (1947年)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조합이 이미 이 시절에 존재했더군요. -_-;
잭과 콩나무의 디즈니 버전인 미키와 콩나무에는 미키, 도날드 덕, 구피가 등장합니다. 초반에 하프의 요정이 사라진 후 마을에 기근이 찾아와 빵과 콩을 종잇장처럼 얇게 슬라이스해서 세명이 나눠먹는 장면이 압권이었어요.

신데렐라 Cinderella (1950年)
월트 디즈니가 직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네요.
이 신데렐라가 원작에 비해 각색이 가장 재미있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동화에서는 한묶음으로 보이는 ‘새엄마와 언니들’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제법 따로따로 보입니다.(새언니들 이름도 다 따로 있음) 특히 이 새엄마 캐릭터가 나름 입체감 있는(?) 악역이라 우아 떨면서 신데렐라를 구박한다든지 마지막에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못신어보게 하려고 다락에 가둬버리더니 간신히 빠져나와서 신어보려고 하자 왕자의 신하 발을 걸어서 신겨보려고 가져온 유리구두를 깨버리기도 하는 등 대단합니다..;
신데렐라도 백설공주에 비하면 성깔(?)도 있어서 마냥 착하게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은근 혼자 구시렁구시렁이 장난 아닙니다.


저는 애니를 보기 전에 이 노래만 디즈니 콜렉션 시디에서 먼저 들었었는데 제목은 분명 신데렐라에 나오는 곡이라는데 이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대체 뭘까 궁금해했었군요. -_-; 알고보니 생쥐들의 노래였더란….

너무나 유명한 비비디 바비디 부! 이게 원조지요. :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1951年)

피터 팬 Peter Pan (1953年)
이상하게 제가 별 이유없이 호감을 가지게 되는 작품이 바로 피터팬,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만 애니메이션판 피터 팬은 보다보니 은근 짜증이 나더군요. 일단 웬디가 너무 쓸데없이 수다스럽고 꺄아꺄아 거리는 캐릭터로 잡힌 데다가 피터팬은 왠 난데없이 마초…;(마치 배경음악으로 나쁜 남자야~♬ 라도 나와줘야 할 것 같음) 인디언은 왜 또 그렇게 뻘겋게 묘사를 한건지..; 전체적으로 원작과 전혀 느낌이 다른 작품이었군요.
보통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를 여자애들한테 보여주면 ‘왕자님에게 의존하는 여성상'(…) 등으로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디즈니판 피터팬이 더 위험해보였습니다 그려. -_-;

일본 위키피디아에 보니 원작에서는 후크의 갈고리 손이 오른손인데 디즈니판에서는 왼손으로 바뀌었고 이후로 영화나 연극 등에서 왼손으로 묘사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하네요..;

레이디와 트램프 Lady and the Tramp (1955年)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1989年)
한동안 혜린이가 완전 열광했던 작품입니다..;
원작과 완전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서 원성이 높기도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찌됐든 해피엔딩이 좋아요. ^^;
예전에도 참 재미있게 봤는데 다시 봐도 음악도 좋고 재미있더군요. 다만 이 나이가 들어서 보니 대체 바닷가에서 주워온 신원도 불분명한 아가씨를 왕자의 짝으로 마구 밀어붙이는 신하도 용감하고 그 다음 새로 바닷가에서 데려온 아가씨와 반나절만에 결혼을 한다는데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저 나라의 왕자는 ‘번식의 의무’만이 있는 건가 싶었다지요. ^^;;
게다가 마지막까지 아들의 결혼식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저 나라의 왕은 대체 어디에….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1991年)
다시 보니 개스톤이 하루에 무려 달걀 40개(최근에는 50개)를 먹는다고 하는 대사가 눈에 들어온다든지 개스톤이 예전에 봤던 것보다 한층 더 찌질하니 별볼일 없는 악역이었네 싶기도 하고, 역시 인간이 되기 전 야수 버전이 귀여웠다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보게 됩니다.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있길래 돌려보니 도중에 곡이 하나 추가되었네요.(전체적으로도 많이 손을 봤다고 함) 성안의 하인들이 모두 대청소를 하며 부르는 ‘사람이 된다면’인데 곡도 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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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백설공주..저건 한번 보고 싶네요..
    디즈니작품들은 오래된 건 정말 70년 정도 되었다 싶은데 지금봐도 꽤 괜찮은 퀄리티 나오는 걸 보면 참 놀랍습니다..

    1. 리츠코

      제가 dvd 복사라도 뜰 줄 알면 미녀와 야수 답례로 떠서 보내드릴텐데…;

      디즈니 작품들은 정말 지금 봐도 세월을 느낄 수가 없더군요. 대단한 퀄리티예요. ^^

  2. 하루카

    이 글을 보고 저도 시아버님께서 뭔가 디즈니 디뷔디를 사주신거 같았는데 하며 찾아보니 다른버전이더라구요. 판타지아와 아기돼지 삼형제..등등 있는 디뷔디네요. 채운이는 토토로와 포뇨에 열광하여 매일 그것들만 보고 있습니다. (사실 디뷔디 자제중이예요.) 아버님이 디뷔디를 좀 많이사주셔서;; 너무 그것만 보려 하는것 같아서요^^
    백설공주 파이 만드는건 완젼 제 취향이네요.
    제가 사서 봐야할듯 하네요^^ ㅎㅎ

    1. 리츠코

      저렇게 애니메이션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가 여럿 있더라고요. 디즈니 버전인 게 있고 아닌 것도 있고요.

      혜린이는 의외로 토토로는 별로 안 보더라고요. 틀어주면 ‘토토로네’ 하는데 정작 내용에는 시큰둥… 차라리 라퓨타 쪽이 더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 백설공주는 의외로 재미있었답니다. ^^;; 낱장으로 싸게 파는 것도 있던데 한번 구해보심이…

  3. 디즈니 애니들은 음악들이 뮤지컬 같아서 좋더군요. 예전에 테잎으로 구입해서 늘어날 때 까지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1. 리츠코

      저는 요즘 그때 돈 좀 더 들었어도 CD로 살걸 그랬다고 후회 중이네요..; 이렇게 싸그리 절판이 될 줄이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