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출판사 비채에서 이벤트로 책 두권을 사면 유리 보틀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보틀이 탐나서 리스트를 보다보니 하루키의 책 중에 안 읽은 게 한권 눈에 들어오고(하루키 책은 보통 여동생이 사서 빌려본지라…) 어디선가 언뜻 들었던 ‘살인의 해석’이 보여서 두 권 맞춰 주문. 그러고는 어영부영 하다보니 펴보지도 못한 채 시간이 좀 흘렀다.

그러고 몇주 전 어느 금요일.
매주 금요일은 린양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발레수업까지 50분 정도가 남는다.
다른 집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니 간단히 빵 같은 걸 간식으로 넣어주고 학교 도서관에 있다가 혹은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시간 맞춰서 수업에 들어가라고 한다는데 린양은 빵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내가 별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하교 시간에 맞춰 가서 간단히 그날 먹고싶다는 간식거리를 산 다음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 시켜 먹으면서 시간을 채운 후 들여보내는 편.
초반에는 그야말로 시간을 ‘때우다’ 들어갔는데 요즘은 아예 데리러 나갈 때 린양이 읽을 책 한 권을 가져가서 먹고 다 읽으면 적당히 수업 시작 시간이랑 맞아 편하다.
집을 나서는 길에 사뒀던 이 책이 생각나서 나도 같이 책이나 읽지 싶어 들고 나왔는데 단편집이다보니 딱 그 시간동안 가볍게 술술 읽고 끝낼 수 있어 좋았다.(앞으로 웬만하면 내가 읽을 책도 하나씩 들고 나와야겠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이 작가 수필집처럼 일상이 지나칠만큼 디테일하면서도 또 담담하게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다시 나타난 가장이라든지 우연과 우연 속에 연락을 끊었던 누나와 다시 만나게 되는 남자 등)의 마치 환상특급처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너무 선을 넘어가서 그게 좀 아쉬웠다. 사실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유쾌하긴 했지만.

늘 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 작가의 소설보다는 에세이 쪽이 취향인데 이 단편집은 장편소설과 에세이의 중간쯤인 느낌이라 다른 소설에 비해 나쁘지 않았던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