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984년 유타주 솔트레이크밸리의 어느 교외 지역, 24세 브랜다 래퍼티와 그녀의 15개월 된 딸 에리카가 살해당한다.
이 사건을 맡은 젭 파이어리 형사는 그간 래퍼티 일가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조사하며 모르몬교의 기원에 관한 불편한 사실, 그리고 굳건한 신앙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독실한 모르몬교 성도이기도 한 젭 파이어리의 믿음 또한 시험대에 오르는데…

이 드라마를 꿰뚫는 한 문장이 아닐까.
경전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맞춰 해석하기 시작하면 그 신앙은 이미 오염된 것 아닐지.

존 크라카우어의 동명의 범죄 실화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

드물게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오면 체크해보라는 추천글이 많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꽤 좋았다.

모르몬교라면 어릴 때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읽으면서 처음 알았던 것 같은데 극중 내용을 보면 그때와 별로 다를 게 없이 여전히 좀 부정적인 이미지의 종교인 듯? 😑

나야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니 모르몬교가 유타 주에 터를 잡기까지의 과정, 그 종교에 대한 이야기 등등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종교에 대한 고찰과 범죄추리를 섞어서, 범인 자체는 빨리 밝혀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지막까지 정말로 브렌다를 죽인 건 누구였는지 딱 짚을 수 없는 완급 조절도 적당했고(중반에 약간 늘어지긴 하지만) 그동안 성실히 믿어온 자신의 종교가 뿌리부터 흔들리자 방황하는 앤드류 가필드의 연기도 좋았다. 앤드류 가필드는 이 드라마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고.

첫 화에서 죽으면서 시작하지만 이야기를 장악하고 있는 브렌다 역의 데이지 에드거 존스의 존재감도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얽힌 역사를 알고나니 아메리칸 원주민과 백인 모르몬교도 콤비도 참 적절했다.

사람의 직감은 생각보다 현명해요.
그게 나침반이죠.
그 이상의 지혜는 필요없어요.

나는 종교가 없어 선뜻 말하기는 어렵지만 종교란 인간이 ‘선함’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너무나 힘든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있음에 감사한 것 아닐까.
드라마 내내 경전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해석하며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들을 보며 그들은 신을 마치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뒷배를 봐주는 마피아 보스 쯤으로 생각하는 건가, 싶었다.(그것도 거창한 해석도 아니고 마누라 두고싶은 만큼 두겠다고 일부다처제가 신의 뜻이라고 그렇게 우길 일인가…-_-)

모르몬교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내내 교차시켜서 경전의 본질이 아닌 텍스트에만 집착하며 그것을 ‘지켜내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보여주는데 이것은 비단 이 종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세상의 어느 신이든 그릇된 행동에 합리적인 이유를 주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고보니 대단히 ‘잔인한’ 살인 사건이 중심에 있는데, 그 현장의 잔인함을 목도한 사람들이 경악하고 괴로워하는 모습만 비출 뿐 한번도 범행 현장(쓰러진 시신이라든지)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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