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트위터에서 라울님이 이 작품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길래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원래 보던 드라마 루시퍼와 연결된 세계관이었다.(물론 드라마 루시퍼는 코믹스에서 캐릭터만 가져왔다고 할 정도로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 되었지만)

그래서 도중에 모르페우스가 루시퍼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Hello~ Morpheus~

하고 등장하면 웃기겠다고 생각했지만

대단히 하늘하늘한 느낌의 루시퍼가 등장했다.

아, 그러고보니 콘스탄틴도 나오더라. 찾아보니 설정상 존 콘스탄틴의 선대인 모양

나는 원작을 보지 않아서 드라마가 어느 정도 재현을 잘 했는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보통 이렇게 설정이 방대한 작품은 아는 사람만 재미있게 보는 작품이 되기 쉬운데 원작자가 드라마 작업에도 참여해서 그런가, 나처럼 기존의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편이었다.

1시즌은 총 10부작으로 초반의 모르페우스가 마법사에게 감금되었다가 풀려나는 과정, 중반의 작품의 배경과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후반부의 로즈 워커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던 건 6화 ‘그녀의 날개소리’ 후반부의 불사자(不死者) 홉 개들링과 모르페우스의 이야기였다.

1389년, 어느 술집에서 ‘절대 죽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인간 홉 개들링에게 모르페우스는 죽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주며 100년에 한번씩 같은 장소에서 만나 그 사이에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지금까지 본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불사자들이란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끝나지 않는 삶에 질려버리거나 가족을 이루었다가 잃기를 반복하며 외로움에 좌절하고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게 되는 게 코스(?)인데 이 홉 개들링은 지금까지 내가 본 어느 책, 어느 영화의 불사자보다 자기애가 넘쳐서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끝까지 죽음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애정하며 불로불사에 끝내는 적응하고 살아가는 캐릭터라니, 흔히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불사인으로서의 고통은 필멸자가 만드는 ‘저 포도는 실 거야’일 뿐이고 실제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은 그 나름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넓은 세계관 속에서 움직이는 잘 엮은 이야기는 오랜만이라 보는 내내 즐거웠다. 대단히 관념적인 내용인데 그걸 시각화한 점도 멋지고.

다만 아쉬웠던 건 내가 바로 직전에 미뤄놨던 루시퍼 마지막 시즌을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쩜 요즘 세상에 영원 일족 중에 동양인이 하나도 없냐…( -_) 루시퍼에서 천사들은 여러 인종이 섞여 있었음.

ps. 아, 그리고 모르페우스 말투를 보니 번역에 꽤 신경을 쓴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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