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스코틀랜드의 전통 깊은 왕국의 공주 ‘메리다’는 드레스와 구두보다 말을 타고 활쏘는 것을 좋아하는 천방지축 장난꾸러기.
하지만 메리다의 엄마인 ‘엘리노어 왕비’는 그녀를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주로 만들기 위해 메리다가 제일 싫어하는 ‘공주 수업’을 강요한다.
게다가 상상만해도 끔찍한 결혼까지!
메리다는 엄마에게 화가 나 가지 말라고 했던 비밀의 숲으로 들어갔다가 마녀를 만나 엄마를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마녀의 마법에 걸린 엄마가 갑자기 곰으로 변하게 되는데…

린양이 EBS에서 광고를 시작하는 날부터 보러 가자고 졸라댔던지라 피할 수 없이 표를 끊은 작품이로군요..; 배경이 스코틀랜드라는 것만으로 개인적으로도 흥미가 당겨서 오랜만에 세 식구가 극장 나들이를 나섰습니다.(평소에 린양은 보통 영화관람은 아빠랑만…;)

영화에 대해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극장 앞에 있는 ‘엄마가 곰이 되었어요!’라는 광고문구를 보며 ‘엄마가 나쁜 사람의 저주에 걸려 곰이 되는 걸 딸이 구하느라 고생하는 이야기구나’ 라고 짐작했는데 정작 내용은 ‘엄마를 곰으로 만드는 사고도 딸내미가 치고 수습도 딸내미가 하는 내용’이었네요.
주인공 메리다가 말을 달리거나 활을 쏘는 장면은 시원시원하고, 중간에 곰 몰도르가 등장할 때는 어른이 봐도 움찔할만큼 박력있었는데, 특별한 악역 없이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서 가족 모두 재미있게 잘 보고 나왔어요.(‘악역’이 나오면 무조건 ‘영화가 무서웠다’고 주장하는 린양 때문에 악역이 없었다는 건 매우 중요함. -_-)
왕비가 곰이 된 이후의 우아한 곰도 꽤 볼거리였습니다. : )

이런 장르의 작품에 빠질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고 화해하는’ 장면의 감동은 다른 작품들보다 좀 약한 편이었고 대신 전반적으로 개그 코드가 강합니다. 스코틀랜드 킬트 안에는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설정을 두어번쯤 재미있게 써먹어요.(…)

주제는 ‘사춘기 딸과 엄마의 갈등과 화해’인데 죽어라 싸우던 두 모녀가 엄마가 곰이 되고 나니 말이 통하지 않아도 조금씩 의견을 나눌수 있게 되는 걸 보면 ‘사춘기 딸’이라는 존재는 같은 언어를 써도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_-;(어찌 넘길 것인가, 딸내미의 사춘기.)

공주가 주인공이지만 린양 또래들이 좋아하는 ‘그런’ 공주는 아니었고 왕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역할도 아니었어요.
‘공주의 자아실현과 엄마와 상호간의 이해’라는 주제가 100% 잘 연소되었다고 보기에는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왕자와 결혼해서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공주를 보는 것보다는 이런 작품들이 좀 꾸준히 나와줘서 린양이 차라리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접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이제 나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짜증이 나는 ‘엄마’에 더 이입하게 되는구나 라는 사실도 좀 슬프네요. ㅠ.ㅠ

린양 때문에 (당연히) 더빙판으로 봤는데 여주인공 역 더빙은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원본이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영문판 예고화면들을 좀 찾아보니 딱히 실력이 많이 못하지도 않았던 듯.(아니면 헤라클레스의 메가엘라 국내 더빙을 본 이후로 더빙에 대한 기준치가 심하게 낮아진 걸지도. -_-)

원어 쪽은 스코틀랜드 영어를 많이 구사하는 건지 들으니 굉장히 특이하네요..; 원어 버전으로 다시 한번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bravemovie_image (1)

린양은 다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딱 하나인가보더군요. 누가 영화 재미있었냐고 물을 때마다 대답은 ‘아저씨들이 아랫도리를 다 벗고 엉덩이가 보이는 채로 나왔어요. 까르르…'(뭔 소린지는 영화 보면 앎. -_-)

by

/

8 respon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