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혜린이는 초3 겨울부터 학원을 다니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요즘은 다른 일정 때문에 다소 조절하고 있지만) 아빠와 수학 진도를 나가고 있다.
당시에 미국 캠프 다녀오느라 옆사람이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이런 수업방식이 혜린이 성향에 맞기도 해서 옆사람의 부단한 인내로 지금까지 어찌저찌 왔는데…

어쨌거나.
오늘 혜린이가 학교 다녀와서 하는 말이 담임 선생님이 예고없이 불시에 수학 테스트를 보면서 혜린이에게 ‘이런 시험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 네가 잘 봐야 의미가 있지~’(담임 선생님 면담 때 학원을 따로 안 보내고 집에서 하고 있다고 말을 했었다) 라고 하신 모양.

이 이야기를 들은 옆사람과 나는 내내 뭔가 마땅찮았는데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고 사교육에 소홀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나름 철저히 私적인 교육이지 않은가) 마치 선생님의 말이 ‘사교육 받지 않은 공교육의 산물’ 같은 뉘앙스라 그랬던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밀도가 낮은 수업을 하는 분위기여서 우리 부부는 갈수록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꾸준히 떨어지다보니 저쪽에서 해준 것 없이 ‘숟가락 얹는’ 느낌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고.

아무튼 혜린이의 성적은 선생님이 말한 소위 ‘의미’에 실망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옆사람의 私교육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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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responses

  1. 실은 저도 제 아이를 가르치고 있지만, 화를 내시지 않으시다니 진정한 리스펙트이십니다. 전 벌써 부러뜨린 연필이 세 자루… ㅠㅠ

  2. 초등학교 4학년인 문맹이 나오는 것이 한국의 공교육 현실이지.

  3. 리스펙트!!

    1. Ritz

      3년째 큰소리 한번 안 내고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옆사람을 보면 가끔 사람이 아닌건가 싶습니다….

  4. 선생님 본인이 잘가르치셔서 잘 한다고 생각하시는건가. ㅎㅎ 그나저나 나도 학원안보내고 있고.. 내가 가르치려고 마음먹고는 있는데 막막함 ㅠㅠ. 꾸준히 집에서 가르치는 것 진짜 대단하시다 ㅠㅠ

    1. Ritz

      처음에 수학학원을 보내려고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알아보니 학원에서도 그냥 시중 문제지를 풀게 하는 거더라고. 그래서 그럴거면 집에서 해도되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아직은 그냥저냥 따라가고 있네. 일단 시작하면 어케든 흘러가더란.
      집에서 해볼 생각이면 지금부터 적은 양이라도 시작해서 꾸준히 하는 습관을 먼저 붙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혜린이는 저학년때 요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따로 신경 안 써도 그럭저럭 따라갔는데 학년 올라갈수록 학교에서는 도대체 뭘 가르치는지 알수가 없네. -_-;

      1. 응 지금은 매일 연산 한장씩만 하는데..방학때 교과심화문제집 한번 다시 풀려보고 2학년부턴 집에서 연산말고도 슬슬 해볼까함.. 자기는 선생님한테 새로운거 배우는게 좋다고 단호해서 집에선 연산만 ㅎㅎ

        1. Ritz

          2학년의 꽃은 구구단 아닌감. ^^ 나 올해 유난히 주변에 2학년 엄마들이 많았는데 2학기의 지옥은 시계였다고 하고;; 혜린이 2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구구단은 정말 끝내주게 반복시켜주셔서 걱정 없어 좋았어..( ”)

      2. 오케이 구구단과 시계!

      3. Ritz

        혜린이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애들한테 아침마다 구구단을 2단부터 9단까지 3색 볼펜으로 쓰게 했는데, 일정 시간마다 볼펜 색을 바꾸라고 하는 거야. 구구단을 빨리 쓸수록 볼펜 색이 적어지고 마지막에는 처음 색깔만으로 끝까지 쓸 수 있을 때까지 반복시키셨는데 지금도 한번씩 생각나네.

      4. 오오..애들 재밌어하겠는데!! 혹시 문제집 추천해줄건 있어? 서점가보니 디딤돌 시리즈가 책장을 젤 많이 차지하고 있길래 그거 살까 하거등..

      5. Ritz

        신랑한테 물어보니 우리집은 쎈이랑 최상위 쎈을 풀었다는데 찾아보니 최상위 쎈은 3학년부터 있나봐.(2학년에 최상위 문제가 뭐가 있겠나 싶기도…-_-) 문제지는 오래된 학교 앞 서점 같은 데에서 최신 유행을 제일 잘 가르쳐주더라. 혹시 근처에 없남. *.*

      6. 울동네는 서점이 없엉.. 학원도 별로 없음ㅠㅠ 일단은 안어려운걸로 한번 해봐야겠군. 고학년돼서 최상위 풀수 있음 좋겠구만.. 땡큐 ㅎㅎ

      7. Ritz

        생각해보니 나는 저학년에는 그냥 전과 사줬던 거 같아. 신랑 말로는 자기 취향에는 최상위 쎈이 제일 잘 만든 문제지였대. 문제지나 전집은 개포동에 개포서적 가면 거기 주인 아저씨가 아주 프로페샤날이심. ㅋㅋ 혹시 그 근처 갈 일 있으면 한번 들러봐.
        http://naver.me/Gbi9yJFC

      8. 오우 고급정보 감사!!! 늘 도움만 받는구나^^

  5. 잘 가르치시잖아요….저희집은 다들 문과 출신이라 그냥 과외 보내고 있슴돠….선행이 아니라 복습하러 보내죠. 배우고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서 한국이었다면 참, 많이 좌절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여기도 학원들 많이 보내고 선행도 시키고 할건 다 해요. 그래도 학교에서 선생이 저런식으로까지는 안 대하죠. 일종의 는력별 수업을 하는데 굳이 일반반이라고해서 일종의 나머지반이라고 해서 차별을 둔다면 고소감이네요. 오히려 학습능력이 부족한 애들은 학교에서 따로 방과후 수업을 듣게 하더군요.. 다만 내년엔 중학생인데 중학교기면 애들끼리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 한국 교육은 애들에게 필요없는 지식까지 꾸역꾸역 넣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사회에 나와도 쓰지도 못하는데…

    1. Ritz

      그러고보니 여기는 사실 원하는 만큼 천천히(…) 진도를 나가려면 집에서 할 수밖에 없네요. -_-; 다들 6학년에 중학교 과정을 다 떼고 정석을 들어가야하네 마네 하니…
      저는 학교 때 배운 것들이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적정한 나이에 배워야할 것들을 무조건 미리 선행으로 주입시키려는 게 오히려 요즘의 문제 아닐까 싶어요.

      1. 전….아직 미적분은 도통 어디다 써먹어야할지를 모르겠달까요…아예 기억이 없어요. ㅠㅠ

  6. 우리도 학원 아예 안보내다 초5부터 집에서 ‘사’교육. 공교육, 특히 수학은 우리때도 아니지 않았나? 학원.과외받지 않은 나도 학교수업은 시시했더라는..

    1. Ritz

      얼마전에 동네 엄마에게 들으니 혜린이 학년 다른 반에서 수학 진도를 이틀에 두 단원을 뺐다더라고… -_- 제대로 수업을 했을리도 없으니 학원을 안 다니는 애들은 학교에서도 배울수가 없겠구나, 씁쓸해서.
      우리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시험도 있고 해서 그랬나,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정말 형식적으로 진도 나가고 집에서 알아서 준비해서 단원평가 보고 끝. 인 거 같아. -_-

      1. 아, 초등학교는 기억이 안난다 ㅋ 공부를 아예 안해서.
        단원 뺀거는 심하네. 그쪽 동네가 더 심한가보네. ㅜㅠ

  7. raoul

    저의 멘토이십니다… 저희도 아직까지는 제가 봐 주고 있네요.

    1. Ritz

      봐줄 수 있을 때까지는 봐주면 애는 아무래도 훨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죠. -_- 이 근처 수학학원은 대부분 3시간이라…

      1. raoul

        3시간… ㅂㄷㅂㄷ

      2. Ritz

        그리고 숙제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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