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육아 예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던가? 하고 돌이켜보니 혜린이가 어릴 때는 가끔 봤던 것 같은데 아이가 크면 클수록 오히려 멀어진 것 같다.
한참 예쁠 나이의 아이들을 몇날며칠을 찍어 가장 예쁘거나 훈훈한 순간을 수십분 딱 추려낸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에게 ‘아이란 귀엽고 감동을 주는 존재’라고 세뇌를 하는 기분도 들고 아이에 대한 이런 정형화가 은연중에 부산스럽거나 말썽을 부리는 아이는 ‘좋은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근래 신간을 챙겨보는 만화책이 거의 없는데 어쩌다보니 연이틀 읽은 책이 모두 장르가 육아(?)였다. 서로 너무 다른 육아 이야기지만.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98094

열무와 알타리는 한두달 전에 옆사람이 링크로 보낸 에피소드만 먼저 읽고 그야말로 너무 빡쳐서 처음부터 읽을 엄두도 못 내다가 며칠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에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눈이 시뻘개지도록 읽고 남은 연재분도 모두 유료결제, 결국 책도 주문했다.

이 책은 요즘의 육아 예능이나 요츠바랑!과도 완전히 결이 다른 이야기.
작가는 일란성 쌍둥이를 조산하고 그 중 하나는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그냥도 힘들 쌍둥이 육아에 그 중 하나는 장애아이니 일상만으로 매일매일이 롤러코스터일 텐데 세상이 잘 언급하지 않는 장애아를 키우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세상에 풀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그 비장한 마음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
읽으면서 모르고 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불편한 아이들을 위한 사정은 도무지 개선되는 기색이 없어 안타깝다.

언제나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좀더 나아지길, 장애아들도 좀더 편하게 많은 걸 누릴 수 있는 곳이 되어가길 바라는데 정작 번잡한 아이들을 들이지 않겠다며 당당하게 ‘노키즈존’이라는 팻말을 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그저 갑갑할 따름.

K-POP이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국격에 대해 이야기들을 하지만 진정 격이 높은 나라는 끊임없이 약자에게 관심과 배려를 가지는 곳 아닐까.

열무와 알타리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yulmuartari


요츠바랑!은 정말 오랜만에 신간.(찾아보니 3년만인 듯?)
대충 13~14권 즈음에서는 약간 김이 빠진? 느낌이었는데 이번 권은 오히려 다시 원래의 ‘사소한 일상’이라 좋았다.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이웃, 아이를 예뻐해주는 가까운 지인들, 주변의 배려 속에 구김살 없이 크는 아이. 그야말로 판타지지만 어쨌거나 책을 덮는 순간 늘 기분이 좋다.

이런 내용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과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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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보면서 정말 수도꼭지처럼 울고 있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1. Ritz

      작가가 목적을 가지고 많은 사람이 봐주길 바라며 연재 중인 작품이라 모르던 분들에게도 가능하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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