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금요일에 백신 3차 예약해놓고 이제는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지 기분과 상관없이 명치가 박동하기 시작하고… 뭔가 좀 차분한 영화라도 볼까 해서 틀었는데 목적에는 참으로 충실한 영화였다.

경제적 붕괴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후 홀로 남겨진 ‘펀’.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작은 밴과 함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 위의 세상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펀’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게 되고, 광활한 자연과 길 위에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그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은 건, 나는 참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크구나였다.
펀처럼 모든 걸 정리하고 밴에 몸을 싣고 혼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당장 그 밴에 넣어야 할 품목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생각의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
반대로 어딘가에는 주인공 펀처럼 결국 안정된 일상보다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먼저인 사람도 있는 거겠지.

끝없는 사막, 벌판…
보고 있으니 미국은 정말 넓디 넓었다.
펀은 발 닿는대로 혹은 일거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그 사이사이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어딘가에서는 정착하길 권유받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큰 굴곡 없이 영화는 흘러가는데 그 뒤로 잔잔~하게 풍경이 펼쳐져서 왠지 미국 관광 홍보 영상같기도 하고…💭
나는 캠핑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집 없이 여기저기 발닿는 곳을 향하는 삶을 살 확률은 지극히 낮아서 그런가, 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오히려 약간 대리만족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젊은 시절 성실하게 일했는데도 저렇게 노후가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문제는 또 하나의 고민을 남긴다.

이터널스 감독의 영화라는 걸 알고 봐서 그런가, 장르가 전혀 다른 두 작품이 딱 짚기 어려운데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 감독의 감성이 맞는 건지, 내가 이 영화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이터널스도 별로 나쁘게 보지 않았던 걸지도.

3 responses

  1. 마을에 사람이 안 살게 되어서 차 끌고 나왔다는 말만 보고 아포칼립스물인 줄 알고 원작을 샀다가 르포라서 실망했습니다…ㅠ
    영화도 보다가 살짝 졸아버린…

    1. Ritz

      그렇게 설명하면 마치 지구 멸망 스토리 같기도 하네요. ㅋㅋ 원작까지 보신 건가요.; 영화는 정말 언제 어느 시점에서 끊었다가 다시 봐도 문제가 없는 잔잔한 작품이더라고요. 안그래도 영화관에서 봤으면 좀 졸렸겠다 싶더란;;

      1. 넵 게다가 르포라 노마드들 발생(?) 원인이 된 미국 경제 이야기도 나오니까…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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