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왜 지금 널 죽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 말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오론의 가슴을 후볐다.
국왕으로서 군림하며 오랫동안 전쟁의 명수로 알려져 있던 오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진짜 생명의 위기였다.
이 소녀는 검을 매고 있다. 어린애가 벌레를 죽이는 것보다도 간단히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검을 뽑으려 하지 않았다.
고양이처럼 빛나는 녹색 눈동자가 씨익 웃었다.
“언제라도 죽일 수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델피니아 전기 전체 중에서 좋아하는 표지 그림 베스트 중 하나.
내용면에서는 9권 막판에 상승곡선을 타고 올라가던 이야기가 10권에 이르러 정점을 친다. 이 작가의 좋은 점이라면 사건을 질질 끌고가지 않고 대담하게 팍팍 진행시킨다는 것. 다른 편에 비해 볼륨감도 있는 권수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비약적으로 진행이 빠르다. 번역자분과도 내내 한 이야기지만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끌고가놓고 결국 아무런 감정도 없는 두 주인공은 그야말로 독한 것들일지도.. -_-;

2 responses

  1. 리츠코

    남녀간의 연애감정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닌 데다가 지금까지 임금님과 왕비님의 관계는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권에서는 유독 뭔가 진행될 듯하다가 말아서 아쉬웠다는. -_-;;(그런 면에서 스칼렛 위저드 쪽이 더 취향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싶음)

  2. 장미의신부

    뭐 감정이란게 굳이 남녀간의 연애감정일 필요야 없다고 생각하는지라…임금님과 왕비님의 관계 자체에 대해선 크게 불만이 안생기더군요, 저는…^^; 남녀 사이에 우정이란 있을 수 없다…가 아니라 남남 사이에조차 우정이란 있을 수 없어보이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가끔은 저런 부부도 하나쯤 있어주는 게…(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