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미 예전에 영화로 나온 적이 있는데 찾아보니 무려 1978년작.
원작인 ‘나일 강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실제로 이집트의 아스완에 있는 Old Cataract Hotel의 스위트룸에서 집필했는데,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고.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었다지만 나는 다시 봐도 첫번째 살인 트릭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뒤로는 좀 얼척없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마지막 피해자가 죽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도 새삼 느끼지만 영상으로 보면 놀라울 뿐이다. 저 정도 사격 실력의 범인이면 보통 스나이퍼 아니냐…

캐스팅 면에서 비교하자면 에르큘 포와로는 케네스 브래너보다는 피터 유스티노프가 원작에 더 가까워 보이고 78년작에서는 제시카 추리 극장의 안젤라 랜스베리가 나왔던 게 인상에 남았었다.(당시에 아는 미드가 별로 없었으니)
재클린 역의 약간 ‘맛이 간’ 느낌은 이번 신작의 에마 매키보다 78년작의 미아 패로우가 더 잘 살리지 않았나 싶다. (78년작 캐스팅을 훑어보니 올리비아 핫세도 나왔었네?;;)

2020년작 ‘나일 강의 죽음’은 개봉을 앞두고 팬데믹이 시작되고 출연한 배우들 중 메인 배역들이 사고를 펑펑 쳐서 올해 간신히 개봉했다는 모양. 리넷 역의 갤 가돗이 시오니스트로 구설에 올랐고 사이먼 역의 아미 해머가 데이트 폭력 등의 문제를 일으켜 영화에서도 최소한의 분량만 남기는 남기는 방향으로 편집됐다고(어쩐지 비중에 비해 너무 적게 나오더라).

케네스 브래너의 ‘나일 강의 죽음’은 이야기 뼈대만 남긴 채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나 인종, 사연들을 상당히 과감(과격?)하게 각색해놔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좀 궁금해진다.
돈 많이 들인 작품이라더니 화려한 화면은 볼 만하다. 이야기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워낙 각색이 심해서 어디까지 고쳐놨나, 보는 맛으로 봤고… 이야기는 흐르는 나일 강 마냥 일렁이며 흘러간다.

다만 고전을 지금의 기준에 맞춰 인물을 재배치하고 탐정에게 원작에 없는 설정을 붙이는 건 어느 선까지가 적절할까. 이 영화는 그 시대의 이야기가 가진 매력을 모두 뜯어내고 지금의 기준으로 새로 구축한 과거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아서 보고난 감상은 ‘죽도 밥도 아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 이야기가 아니라 케네스 브래너가 만든 에르큘 포와로라는 동명이인의 이야기.

이번 영화에서는 에르큘의 추리 과정도 후반부에 급박하게 몰아서 ‘한명 한명 범인 아니냐고 찔러 보다가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야 니가 범인이구나’ 하는 식이 되어버려 애매했다. 🤔

개인적으로는 원작에 더 가까웠던 전작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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