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왔다 장보리나 아내의 유혹 같은 음모와 배신과 고성이 난무하는 드라마가 흔하다보니(실제로 별로 본 적은 없지만 네이버 뉴스란만 봐도 내용이 리얼타임으로 업데이트 되니…-_-)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전 남친이 여주인공의 곡을 도용하지 않을지, 기획사가 뒤통수를 치지 않을지 마음을 졸였지만, 원스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과격한 굴곡 없이도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채운다.

비긴 어게인은 차마 원스 다음에 나왔던 원스 어게인 때문에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원스 어게인과 비슷한 느낌에 훨씬 상업영화스럽게 잘 가꾸고 다듬은 작품.
포스터 분위기는 연애물로 보이지만 역시나 ‘순수 음악물(?)’이었고…
원스를 보고 난 후 비긴 어게인을 보니 감독의 습작 스케치-완성품을 본 기분.

이 감독 영화에서 남자들은 애매하게 찌질하고 여자들은 보기 드물게 담백하다. 원스에서의 마케타 잉글로바와는 또 다른 까칠하고 자존감 있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담백함도 좋았음.
연애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주인공들간의 그 아주 미묘하고 섬세한 ‘사랑하는 감정이 생길 듯한 순간, 지나침’이 묘미였고 영화는 그 나머지의 시간의 내내 음악으로 흥겹게 채운다.

남녀간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가지로 몰입해서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모습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려 좋았던 영화.

원스 때는 마지막에서 정말 가차없이 훅 끝나서 알 수 없었던 음반 발매 이후의 이야기도 이번에는 들어간 게 반가웠다.

그나저나 카메라에 찍히는 게 싫다며 내내 부루퉁하는 키이라 언니, 그럼에도 옷은 왜 그리 예쁘게도 골라 입으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