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 주말쯤 Y모님-구S모님-이 메신저로 스윽 링크를 던져주신 걸 보고 눈이 휘떡 뒤집어져서 아마존에 주문을 넣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오리지널-‘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원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롤이 리델 가의 아이들과 피크닉을 갔던 어느 ‘황금빛 오후’에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지어서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후에 직접 손으로 쓰고 삽화까지 넣어 ‘지하 세계의 앨리스’라는 제목의 책으로 (단 한 권만) 만들어 2년 후 앨리스 리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던 개인을 위한(?) 작품이지요. 그걸 나중에 출판용으로 다듬어 나오게 된 것이 지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되겠습니다.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오리지널-‘은 그때 루이스 캐롤이 직접 만들었던 수제 책(모님의 말을 빌자면 사제 동인지)를 가져다 만든 복각판입니다.

왼쪽은 원본 앨리스의 복각판, 오른쪽은 번역 및 해설판.
안을 펼쳐보면 한 원조 로리콘 아저씨의 소녀 사랑에 정말 소름이 쫘악 돋습니다.
저 한권이 모두 손글씨에 직접 그린 삽화, 게다가 챕터 시작하는 부분의 레터링 등에는 채색도 꼼꼼히 되어 있습니다.
부록은 실제 앨리스 리델의 사진으로 만든 카드와 책갈피.
해설판 쪽에는 그 피크닉 멤버들과 루이스 캐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 복각판을 훓어본 감상은…

  • 다 큰 남자가 딸에게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책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을 보며 앨리스 리델의 부모는 대단히 난감했을 것 같다(실은 무서웠을 것 같음 ).
  • 그 날 피크닉을 간 건 리델 가의 세 자매인데 오로지 앨리스만 눈에 보였다는 건가, 이 사람은…
  • 이건 아무리 봐도 좋아하는 여자애 교과서 빌려다가 책 가장자리에 한장한장 그림 그려서 애니메이션 북 만들어 주는 남학생(이런 만화가 어디 있었는데…) 삘이다.
  • 적어도 로리콘이라고 하려면 이 정도 근성은 보여줘야 미담으로 남는 법이로군.

되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수익 면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아이템 같아 망설이지 않고 샀는데 퀄리티도 엄청나서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네요.
더불어 사람들이 이 앨리스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가 그 이야기를 쓰면서 들였을 개인적인 애정과 열정을 작품 속에서 은연중에 감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10 responses

  1. 그러지 않아도 국내에도 완역판이라고 해서 나온 것이 있어서 사서 봤었죠.
    감상은 딱 하나 였습니다.
    ‘당신 실은 앨리스가 싫었던거지? 그래서 이런 전파소설을 써준 거지?’
    정말 어릴때의 감성과 커서의 감성은 다른거 같아요. ;;;

    1. 리츠코

      전파소설…
      스트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막 애증으로 뒤범벅이 되어 책을 만들고 있는 캐롤이 생각나서 더 무서워졌어요. -_-;

  2. 미사

    24분 분량의 동영상 한편을 손수 제작에 전캐릭 직접 더빙으로 주제가까지 불러서 선물하는 -> 우리나라에서 저랬다간 앨리스 부모님한테 시원하게 몽둥이 찜질을 당할지도;;;

    1. 리츠코

      몽둥이 찜질에서 쓰러졌음..;

  3. gample

    아니 전 무슨 범죄미스테리수사물을 보는듯한 느낌이.. –;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때마다 dexter의 테마곡이 위웅위웅위웅~하고 울릴듯합니다. / 위엣분은 정신차리세요. 대체 뭘 본받으시겠다는..(디노님이라면 왠지 24분 분량의 동영상 한편을 손수 제작에 전캐릭 직접 더빙으로 주제가까지 불러서 선물하는게 가능할거 같지만.. -_-;)

    1. 리츠코

      겜플님 표현이 딱이네요. 범죄미스테리수사물… 범죄는 없었으니 그냥 미스테리물쯤 되려나. -_-;

      저는 그냥 위엣분이 동인지라도 만들겠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왠지 겜플님이 말씀하신 쪽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려…-_-;;;;

  4. 본받아야겠군요 (………….)

    1. 리츠코

      님아 매너염….

  5. 미사

    작가가 그 이야기를 쓰면서 들였을 개인적인 애정과 열정을 작품 속에서 은연중에 감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 더 무서워졌어 T.T
    갈피마다 정성스레 그린 그림에서 염이 느껴지는군 ^^

    1. 리츠코

      저 지글지글한 염 때문에 앨리스가 의외로 호러 소재로 자주 쓰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 아무튼 정말 지극정성이었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