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올 여름은 폭염으로 고생할 거라더니 오히려 폭우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년에 비하면 열대야도 거의 없어서 밤잠 설치는 날은 적지만 습도가 높아서 제습하느라 은근 에어컨 돌릴 일도 많고 마르지 않는 빨래 때문에 베란다에서는 제습기가 맹활약하고 있고, 세탁기의 건조 기능도 풀 가동 중.

어제(8/3)는 저녁 먹고 치운 후 온 식구 거실에 모여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훅 나갔다. 우리집 두꺼비집이 또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나 싶어 심난해서 확인하니 그쪽은 멀쩡하고 밖을 내다보니 근처 아파트들이 모두 불이 나간 상태. 금방 다시 들어오겠거니 했는데 꽤 길어졌다. 나중에 관리실 방송으로는 한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모양인데 우리 위쪽 아파트부터 순차적으로 복구되기 시작해서 우리 아파트에 전기가 들어오기까지 거의 한 시간, 우리보다 좀더 아래쪽인 친정집은 두 시간 넘게 걸렸다.

이렇게 긴 시간 정전이 된 건 요몇년 중 거의 처음이었는데 어릴 때는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 양초나 손전등 찾기 바빴는데 지금은 일단 핸드폰으로 어떻게든 해결 가능, 문제는 배터리가 나가면 끝이니 보조 배터리를 항상 완충시켜놔야 하나, 싶다.


올여름 성공한 지름 중 하나.

린양 방 에어컨이 책상 바로 위에 있어서 머리로 바로 냉기가 떨어져서 고민이었는데, 펀샵 메일 카달로그에서 눈에 들어오길래 별로 비싸지도 않아서 주문해봤다.
결과는 생각보다 쓸 만하다!
에어컨 바람이 바로 몸에 닿지 않고 적당히 시원해져서 좋은 대신 냉기가 덜 힘드니 예전보다 에어컨을 길게 틀어놓게 되는 단점은 있다. 🤔
린양 방에 붙여보고 괜찮길래 안방에도 하나 달았더니 열대야에 에어컨 틀어놓고 잠들면 30분쯤 지나서 추워서 껐다가 좀 지나고 다시 더워져서 켜기를 반복하는데 근래 제일 더운 날 써보니 한시간 정도 쭉 틀어놓고 부담없이 잠들 수 있어서 좋았다.


7월 하반기의 목표는 욕실 청소의 간소화, 였다.(7월 중순의 목표는 주방의 간소화였다. 하나둘 싱크대 위로 올라와있던 식용유병 등등 모두 아래 수납장에 쓸어넣음)

우리집 욕실 타일이 겉이 매끈한 재질이 아니라 뭘 붙이지를 못해서 칫솔꽂이, 면도기 모두 각자 스탠딩형 칫솔꽂이에 꽂아두고 물이 흥건해지는 게 싫어서 그 아래에 물받침용 트레이까지 두고 썼더니 청소할 때마다 자잘하게 닦을 게 너무 많았다… orz

요즘은 이런 타일 많이들 쓸 테니 뭔가 해결할만한 것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헤집고 다니다가 발견한 아이템.
붙여보니 접착면이 넓고 칫솔 꽂는 부분이 엄청나게 가벼워서 꽤 버틸 구조라 7년만에 드디어 칫솔꽂이 닦는 데서 벗어났다. 😭 이것은 사소하지만 큰 행복. (크기고 뭐고 너무 딱 원하던 거라 혹시 몰라 한 세트 더 사서 쟁여놨다…)

8월의 목표는 아마 내 책상 정리와 건강검진…


7월 한달동안 제일 많이 들은 노래는… 생각해보니 헤이즈의 ‘작사가’였다.

내내 비가 와서 우중충하니 날씨랑 잘 어울렸기도 했고 ‘하필 작사가가 돼 자신의 이별도 (때론 슬픔도 과장하며) 노래로 쓸 수밖에 없다’는 가사가 이상하게 머리에 남았다.

천사와 악마가 내 손끝에
웃어도 울어도 가사를 적네
종이가 다 젖어도
나는 멈추지 못해
때론 슬픔도 과장해 적었네

하필 작사가가 돼
난 널 얘기해야 해
가끔은 나보다 아픈 내가 돼
귀를 막아야만 해
내 노래가 들릴 때엔
이기적인 내 욕심을 용서해

난 내 글 안에선
널 지켜주지 못해
어떨 땐 생각해
난 저주를 받은 듯해
들려주고 싶지 않아도
써야만 돼 메모해야만 돼
넌 원하지 않는데도
sociopath처럼 알면서도 계속
진심과는 달리 그댄 멀어지겠죠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이 된다고 해도
괜찮아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거야

하필 작사가가 돼
난 널 얘기해야 해
가끔은 나보다 아픈 내가 돼
귀를 막아야만 해
내 노래가 들릴 때엔
이기적인 내 욕심을 용서해

Somebody tell me how to quit
절대 내 입장을 넌 모르지
솔직해야만 해 온전히
Photograph, film 같이
Somebody tell me how to quit
절대 내 입장을 넌 모르지
솔직해야만 해 온전히
Photograph, film 같이

하필 작사가가 돼
난 널 얘기해야 해
가끔은 나보다 아픈 내가 돼
귀를 막아야만 해
내 노래가 들릴 때엔
이기적인 내 욕심을 용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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