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저 ‘우리가 사랑한’ 시리즈가 스탭들 모아 만들 당시의 비하인드 썰을 상당히 적나라하게 풀어서 은근 재미있는데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엘프’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올라왔다. 전자는 안 봤고 후자는 좋아하는 영화라 뒤쪽만 시청.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팀 버튼이 디즈니에 근무할 당시에 구상했다가 아름답지 않다고(…) 까이고 그 뒤로 비틀주스, 배트맨 등등으로 성공 다음 이 작품의 원안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디즈니에 남아있다보니(생각해보니 그렇겠더란…) 디즈니의 투자로 만들기 시작한 작품인데 어른의 사정으로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고 세상에 나왔지만 팀 버튼은 원안과 제작을 맡았고 실제 영화를 구현한 감독은 헨리 셀릭(찾아보니 ‘코렐라인: 비밀의 문’ 감독이네)이었다. 그 동안 자신이 공들여 만든 작품에서 이름이 지워진 기분이었을텐데 이런 다큐에서라도 마음껏 썰을 풀 수 있어 즐거웠을 것 같다. 🤔

이 다큐에서 다룬 다른 영화들 중에서도 큰 돈 들어가는 작업이 정말 주먹구구(고스트 버스터즈는 거의 쪽대본 쓰면서 촬영했다고 했던가)로 만들어지고 그러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도 비슷한 코스를 밟은 모양.

처음에는 각본을 ‘비틀 주스’를 썼던 마이클 맥도웰에게 맡겼는데 도무지 대본이 나올 생각을 안했고 인터뷰 하는 스탭들도 이 사람을 대놓고 까길래(나중에 대본을 마저 완성한 캐롤라인 톰슨은 인터뷰에서 ‘코카인에 돈 쓰느라 글을 한 줄도 안 썼더라’고 하더란…) 본인이 저런 걸 보면 어쩌나 하고 찾아보니 원래 약물 쪽으로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94년에 에이즈 진단을 받고 99년에 사망했다고…

이런 인터뷰 예전에 다른 영화 다큐에서도 본 것 같다….

대본이 없어서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대충의 스토리라인만 가지고 대니 엘프먼이 일단 ‘노래’부터 만들면서 제작이 시작됐고 맨 처음으로 촬영한 곡은 ‘What’s this’.(화사하게 만든 산타 마을을 보여주면서 ‘디즈니를 안심시키려는’ 숨겨진 목적도 있었다 한다…)
마이클 맥도웰에게서 결과물이 없으니 새 각본가를 찾아야하는데 당장 적합한 사람은 대니 엘프먼이 노래 만드는 걸 옆에서 지겹도록 듣고 있었던 당시 여자친구이자 가위손 각본가였던 캐롤라인 톰슨이었다고.

이번 다큐에는 팀 버튼의 인터뷰는 한번도 안 나오고 대신 대니 엘프먼과 다른 스탭들의 이야기가 메인인데, 팀 버튼을 필두로 모여든 스탭들이 대부분 아웃사이더 기질의 사람들이라 감독도 각본가도, 대니 엘프먼조차도 모두 이 작품에 자신을 어느 정도 투영하며 만들었고 완성된 작품에 대한 애착도 깊어 보였다. 그래서 후반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좀 찡하다.

결국 이 영화가 얼마나 성공했더라? 싶어 찾아보니 개봉 당시에는 그럭저럭 평타, 그러다가 뒤로 갈수록 오히려 입소문으로 계속 오르내려서 결국 dvd와 뒤늦은 머천다이징으로 제작비의 10배 이상 남겼다는데 이 다큐를 보고 나면 만든 사람의 ‘마음이 들어간’ 작품은 당장에는 사라진 듯 보여도 결국 긴 생명력을 가지는구나 싶다.

다 보고 나서 ‘크리스마스의 악몽’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디즈니 판권이라 넷플릭스에서 내려간 모양. dvd 선반을 뒤적여보니 마침 사둔 게 있어서 그거라도 다시 틀어봐야겠다.
이 작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볼만한 다큐로 추천. 개인적으로는 여기 나온 여성 스탭들이 (작품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 본사와 딜을 쳐서 제작비를 더 가져온 디즈니 쪽 사람부터 남이 버린 각본을 결국 살려낸 각본가까지..) 다들 굉장히 멋있었다.

https://www.netflix.com/title/81337235

기존의 다른 영화 정보에서 접하는 모습도, 여기에서 스탭들이 말하는 모습도 팀 버튼은 정말 세상 대하기 어려운 아웃사이더 중의 아웃사이더 같은데 그럼에도 여러 분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인 ‘감독’ 일을 하는 게 신기할 따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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