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야기가 연결되는 연속극 형식보다는 한편 한편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더불어 연애물보다는 특정 전문 분야에 관련된 장르를 좋아하지요. 이런 조건에 맞춰서 드라마를 찾다보니 보게되는 게 대부분 수사물입니다.

CSI와 NCIS를 보고난 후 괜찮은 수사물이 없나 찾다가 보기 시작한 게 바로 이 Cold Case 입니다.
사진에 보이는대로 수사물치고 특이하게(하긴 요즘은 클로저나 본즈처럼 여성을 메인으로 세우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아주 빼어난 미모의 여자 수사관을 원탑으로 내세우고 있군요.

제목 그대로 미해결된 사건들(cold case)들을 다시 열어 살인범을 잡는 내용으로, 살인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는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요.
이 콜드 케이스에서 다루는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한~참 전에 살해된 사람들입니다. 나중에 범인을 잡으려고 보면 죽었거나 이미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경우도 비일비재하지요(잡혀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저 사람이 재판을 받고 형을 집행한다 쳐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싶은 경우가 대부분..;).

과학수사라기보다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용의자들을 찾아가 감정으로 호소하며 유도심문을 해서 결론을 끌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습니다만 이러한 스타일에는 가녀리면서도 약간은 금욕적인 인상의-또 어찌 보면 한창 때의 맥 라이언 인상이기도-한 배우 캐서린 모리스가 참으로 제격입니다.
소설책에나 나오는 표현인 설화석고같이 하얀 피부에 늘 약간 젖은 눈으로 용의자를 심문하는 걸 보고 있으면 증거고 뭐고 필요 없는 겁니다.(…)

세월이 흐르면 개개인의 사정이란 변하기 마련이고 사건 당시에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지금에 와서 진술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학적인 수사로 증거를 들이대기 이전에 용의자들이 대부분 자백을 하는 식이죠.

이 드라마 장르는 수사물이라기보다는 시대물에 더 가깝지 않나 싶네요. 1900년대 초부터 후반을 아우르는 고증에 꽤 신경을 쓴 사건들과 연출, 음악들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볼거리입니다.
흑인과 백인이 사랑을 하면 안 되던 시절, 동성애가 사회의 적으로 치부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미국에도 저런 시절이 있었군’ 하게 되더군요.

현재 3기까지 완료되었는데,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지나치게 주인공 릴리에게 무게가 쏠리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성격이 약간 흐릿한 편이라는 점 정도일까요. 1기에 비해서는 주변 인물들이 많이 뚜렷해졌으니 4기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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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프리즌브레이크 1시즌 끝냈어!! (지연언니랑 둘이서 마구 버닝 중) 한 화에 일이 두 번씩 꼬여대는 바람에 중간에 포기할 뻔했지만, 석호필을 보면서 참아냈지.
    그나저나… 2시즌은 어떻게 볼까나… 더 꼬아대는 건 아닌지;;

    1. 리츠코

      나는 그 한 화에 두번씩 막 꼬이는 시점에서 도저히 더 못보겠더라고…; 석호필도 딱히 내 취향이 아니고.. –;;;;
      내용상 1시즌에서 끝나면 딱 좋았겠던데 2시즌에서는 어떻게 되려는지…

  2. 은영

    이름바꿨습니다.
    prison break도 아주 좋은데… (이미 보셨던가?)
    주인공 남자 마스크가 아주 끝내줍니다!!!
    음, 콜드케이스 볼까 하던 참이었는데, 선배님 글 보니 더 보고잡네요~

    1. 리츠코

      prison break는 1기 중반까지 보다가 결국 접었다오. 뒤로 갈수록 어째 이야기가 산만해지더라고. –;;;
      그 주인공은 여자들한테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만. 여기저기서 석호필을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오더군…
      콜드케이스는 한번쯤 볼만함. : )

  3. 하임맘

    수사물이 왠지 너랑 잘 어울린다는..^^;
    나는 저녁 시간 대에 케이블에서 하는 CSI보긴 가끔 보긴 하는데 말이지.. 주인공들의 차갑고 샤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스며있는 인간적인 캐릭터가 매력적이더구만.
    네 글을 읽다 갑자기 생각난 한국판 수사 드라마 ‘수사반장’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진다..ㅋ

    1. 리츠코

      앗, 정말 나랑 어울리남? *^^*
      원래 수사물 중 제일 유명한 건 CSI지 않겠음. 그거 보고 있으면 정말 예전에 수사반장은 정말 썰렁하지. 한국식 수사물이라면 역시 살인의 추억이 아닐라나. -_-;;

  4. gample

    재미있을거 같군요. 일단 한번 시즌1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cold case란 직역하면 ‘동결사건’이 되는걸까요? 전 수사물에 질려가는 중인데다 극중 주연배우들의 다양하고 뚜렷한 성격묘사들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저와는 안맞을것 같지만 시대물이라는데서 흥미가 당기는군요.

    1. 리츠코

      범인을 못 찾아 일단 미뤄둔 사건들을 cold case라고 하더군요.
      수사물에 시대적 분위기를 풍부하게 가미한 게 이 드라마의 매력 같아요. 검시하고 DNA 분석하고 하는 수사물에 좀 질렸을 때 보기 좋을 듯.
      시대물에 끌리시면 꽤 마음에 드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