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트위터에서 글을 보고 궁금해져서 집앞 도서관에 검색하니 이미 예약 끝. 근처 도서관을 검색하니 다행히 몇 권 떠서 그 중 한 군데에서 상호대차로 받았는데, 책을 받으러 가니 큼지막한 판형의 그래픽 북이어서 의외였다;;

내용은 노라 크루크라는 미국에 살고 있는 독일인이 만든 일종의 가족 스크랩북.(번역본 편집에 엄청 고생했겠더라;;)
전후 2세대인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 지, ‘독일인’으로 위축되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다가 마침내는 자신의 집안이 실제로 나치에 얼마나 협조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양가 조부모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과정, 그 사이에 느끼는 감정들이 그래픽과 실제 서류, 자료들로 꽉 채워져 있는데 읽다보니 나도 그 길을 같이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보는 내내 실로 ‘많은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남아있음에 감탄하고 그녀의 할아버지는 부역자였는지 동조자였는지 덩달아 조마조마하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그녀가 힘들게 찾아낸 할아버지 지인의 아들과의 통화는 읽는 내내 함께 무거웠던 마음을 다소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치 전범에 공소시효는 없다”…101세 부역자 징역 5년 선고

지금 나이가 몇이든 살아만 있으면 예외없이 아직도 재판을 하는 나라. 거기에서 자란 전후 세대란 이런 모습이구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와 일본이 가지지 못한 게 저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구나.

우리나라에서 할아버지가 친일파였을지 아닐지로 저렇게 고민하고 그 사실에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일본이 우리에게 결핍된 마음도 저 ‘부끄러움’이 아닐까.

‘작은 아씨들’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원기선 장군이 공을 세운 뒤 유령 난초로 알려진 ‘푸른 난초’를 가져오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인물은 “한국 군인이 베트남 병사 20명을 죽일 수 있다”, “어떤 군인은 100명까지 죽였다”, “한국 군인은 베트남 전쟁 영웅이다” 등의 대사를 했는데 해당 대사도 베트남 내에서 논란이 됐다.

넷플릭스 “베트남 요청에 따라 ‘작은 아씨들’ 현지 방영 중단”

“‘독립신문’ 등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우리는 개화기부터 서구의 인종주의를 그대로 이식받았다”며 “여기에 더해 식민지 시대, 세계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보다 경제발전이 느린, 비(非)백인 국가를 마음 놓고 폄훼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런 사회에서 창작을 하는 개개인을 탓하기는 어렵다”며 “인종주의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제도와 교육 측면에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베트남·수리남은 왜 K드라마에 분노했을까

얼마 전에 드라마에서 베트남 전에 대한 대사가 문제가 되어 해당 작품이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내려갔다는 기사를 읽었다.(드라마는 아직 보지 않았고)

생각해보니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만 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과거의 많은 부분을 뭉개며 ‘사회의 발전’을 우선하며 달렸고 교육의 부재가 결국에는 인식의 한계라는 결과에 부딪힌 게 아닐까.

이 책이 일반 인문서적처럼 글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면 아마도 그리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가 하나하나 소중히 모아 고민하며 배치한 자료와 그림들, 화면의 구성이 드라마틱하게 다가왔던 책.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데,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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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aquakid

    저도 포스팅 보자마자 도서관에 검색해 봤더니 있길래 예약해뒀어요. 딸도 읽고 저도 읽고 그래야겠어요.

    1. Ritz

      책 너무 좋았어요. ^^ 혜린이가 시험기간이라 읽을수가 없어서 그냥 한 권 사둘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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